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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니스트 김태형·라쉬코프스키, 정경화 등 정상급 반주 도맡아

'명품 조연'은 드라마와 영화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클래식 연주회에서는 반주를 맡는 피아니스트들이 그 역할을 한다. 반주자는 바이올리니스트나 첼리스트 같은 다른 연주자나 성악가들을 묵묵히 뒷받침하는 피아니스트를 일컫는다.

한국에서 열리는 정상급 연주자와 성악가의 리사이틀에서 어김없이 만나는 최고 반주자들이 있다. 러시아 출신 피아니스트 일리야 라쉬코프스키(38) 성신여대 교수와 김태형(37) 경희대 교수다. 이들이 함께 무대에 섰던 연주자들의 화려한 면면이 그 근거다. 김 교수는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 바딤 레핀, 이지혜(바이에른 방송 교향악단 수석), 첼리스트 김두민(뒤셀도르프 심포니 수석) 등의 반주를 맡았다. 김 교수는 "이분들은 언제나 음표를 넘어서는 해석이나 연주를 주문하기 때문에 실은 호흡을 맞추기도 쉽지 않다"며 웃었다.

라쉬코프스키는 국내외 유명 연주자들의 반주를 도맡아서 '한국에서 가장 자주 볼 수 있는 피아니스트'로도 불린다. 소프라노 박혜상, 바이올리니스트 백주영(서울대 교수)·박지윤(라디오 프랑스 필하모닉 악장), 비올리스트 리처드 용재 오닐 등의 무대 뒤편에는 언제나 그가 있었다. 그는 "자세히 세지는 않았지만 매주 2~3차례 연주할 적도 있다. 이번 달엔 12번 무대에 섰다"며 웃었다.

이들이 입을 모아서 꼽은 최고의 반주자는 영국 피아니스트 제럴드 무어(1899~1987). 당대의 성악가들과 연주하면서 반주 개념을 새롭게 정의한 연주자로 꼽힌다. 무어는 피아니스트의 타건(打鍵)과 소리의 관계를 골프 스윙에 비유해서 "편안하고 부드럽게 스윙한 사람이 야만적으로 때리는 사람보다 거리와 정확성이 좋다"고도 말했다.

물론 이들은 무어 같은 전업(專業) 반주자보다는 독주와 반주를 넘나드는 피아노의 양수겸장(兩手兼將)에 가깝다. 라쉬코프스키는 30일 예술의전당에서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협주곡 2~3번과 '파가니니 주제에 의한 랩소디' 등 세 곡을 몰아서 친다. 5월 10일 독주회도 앞두고 있다. 모처럼 '조연'에서 '주연'으로 역할이 바뀌는 셈. 김 교수 역시 오는 8월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리는 음악제 '클래식 레볼루션'에서 협연자로 나선다. 이들은 2008년 프랑스 아니마토 콩쿠르 결선에서 경쟁했던 라이벌이기도 했다. 당시 결과는? "김 교수가 1등, 저는 3등이었죠. 하하하."(라쉬코프스키)

반주자 입장에서 최고의 연주자나 성악가는 누구일까. 김 교수는 두 가지 요건을 들었다. 잘 짜인 시나리오 한 편처럼 충실한 사전 준비, 자신의 의견을 언제든 양보할 수 있는 유연성이다. 그는 "희생과 타협을 통해서 음악적 대화를 나눈다는 점에서 독주자와 반주자는 한 그림을 같이 그리는 관계"라고 말했다. 하지만 막판까지 상대가 고집을 부리면? 김 교수는 "그때는 반주자가 양보해야죠"라며 웃었다. 기고자 : 김성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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