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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와 협상하던 우크라 관계자도 극심한 눈 고통 겪고 피부 벗겨져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평화 협상에 관여하고 있는 러시아 재벌 로만 아브라모비치<사진>와 우크라이나 협상단 일부가 중독 의심 증세를 겪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8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양측의 평화 협상에 반대하는 러시아 강경파 일부의 소행이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

WSJ 보도에 따르면 지난 3일 키이우(키예프)에서 열린 회담 이후 아브라모비치와 우크라이나 협상단 고위 관계자 중 최소 2명이 눈이 충혈되고, 눈을 찌르는 듯한 극심한 고통과 함께 눈물이 나며, 얼굴과 손의 피부가 벗겨지는 등 증상을 보였다. 아브라모비치는 몇 시간 동안 실명 상태에 놓였고, 음식 섭취에도 어려움을 겪었지만,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증상이 나타나기 몇 시간 전 초콜릿과 물만 섭취했고, 회담이 끝난 뒤 키이우에 마련된 숙소에 도착한 뒤부터 중독 증상을 보였다. 탐사 전문 매체인 '벨링캣(Bellingcat)'은 "이들이 화학무기에 의한 증상과 똑같은 중독 증세를 보였다"고 밝혔다. 서방 전문가들은 이들에게 나타난 증상이 화학·생물학적 요인에 따른 것인지, 전자파 공격에 의한 것인지 판단하기 어렵다고 했다. 아브라모비치는 29일 터키 이스탄불에서 열린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5차 정전협상에도 참석했다.

아브라모비치는 우크라이나 출신 러시아 석유 재벌로, 잉글랜드 프로축구단 첼시의 구단주다. 그는 지난달 말 벨라루스에서 열린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회담에서 처음 모습을 드러냈고, 이후 적극적으로 중재자 역할을 해 왔다.

러시아 정부는 과거 반(反)정부 인사들을 제거하기 위해 독극물을 사용했다는 비난을 받아왔다. 2004년에는 체첸 사태 보도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을 비판했던 언론인 안나 폴리트콥스카야가 비행기에서 차를 마신 뒤 의식불명 상태에 빠졌다. 2006년에는 푸틴을 비판하다 영국으로 망명한 러시아 정보요원 출신 알렉산드르 리트비넨코가 호텔에서 사망했다. 그의 시신에서는 방사성 독극물이 다량 발견됐다. 영국 당국은 러시아 연방보안국 요원들이 그를 독살했고, 푸틴 대통령이 관여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2018년에는 영국 솔즈베리 쇼핑몰에서 러시아 출신 이중간첩 세르게이 스크리팔과 그의 딸이 독극물 중독 증세로 쓰러졌다. 미국은 러시아가 신경작용제 노비촉을 사용해 이들을 독살하려 했다고 밝혔다. 2020년 8월에는 '푸틴의 정적(政敵)'으로 불리는 러시아 야권 운동가 알렉세이 나발니가 시베리아 톰스크 공항 카페에서 차를 마신 뒤 기내에서 의식불명에 빠졌다. 기고자 : 김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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