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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업 앞둔 남원 고속터미널

지난 24일 오전 11시쯤 서울에서 고속버스를 타고 도착한 전북 남원 고속버스터미널은 적막했다. 30평 규모의 대합실에는 의자 30여 개가 놓여 있었지만, 1시간 동안 터미널을 찾는 손님은 한 명도 없었다. 터미널 한쪽에는 추어탕·막걸리 등 남원 특산품 모형을 전시해 둔 유리 장식장이 있었는데, 그 위엔 먼지가 뽀얗게 내려앉아 있었다. 터미널 벽의 운행 시간표 중 절반쯤은 종이를 붙여 가려둔 상태였다. 코로나 사태 이후 운행을 중단한 노선들이다. 4월 1일부로 이 터미널은 아예 문을 닫는다. 1981년 처음 만들어진 이후 약 41년 만이다.

이 터미널은 남원의 지역 축제인 춘향제를 찾거나 지리산을 방문하려는 사람들이 들르는 지역의 관문이었다. 하지만 코로나 여파를 견딜 수 없었다. 감염 우려로 춘향제는 2년 연속 취소됐고, 여행을 다니는 사람도 급감했다. 코로나 전까지만 하더라도 하루 200여 명이 이 터미널을 이용했지만, 지금은 100여 명으로 반 토막이 났다. 남원~서울 노선의 운행 횟수는 18회에서 9회로 줄었고, 인천으로 가는 노선은 아예 폐지됐다. 그래도 적자를 견딜 수 없게 되자, 터미널을 운영하는 금호고속이 폐업을 결정했다. 이 터미널에서 운행해온 남원~서울 고속도로 노선은 4월부터 2km 떨어진 남원 시외버스터미널에서 운영된다. 하지만 중간에 경유지를 두고 시·군을 연결하는 시외버스 운행 횟수도 하루 107번으로 코로나 전의 56%로 줄었다고 한다.

남원 고속버스터미널 바로 옆에서 7년째 추어탕집을 하는 오모(60)씨는 "지금은 손님이 코로나 전의 30% 수준으로 줄어 하루에 추어탕 열 그릇을 겨우 판다"고 했다. 인근 한 기사식당도 점심 시간이지만 텅 비어있었다. 사장 윤양례(75)씨 혼자서 홀에 앉아 식사를 하고 있었다. 윤씨는 "오미크론이 확산한 이후 손님이 한 명도 없는 날이 부지기수"라고 했다.

남원만의 일이 아니다. 코로나로 사람들의 발이 묶인 2년 동안 폐업하는 터미널이 잇따랐다. 2020년 6월엔 경북 성주시외버스터미널이, 같은 해 12월에는 충북 영동시외버스공용터미널이 문을 닫았다. 작년 8월에는 전남 영암군에서 버스터미널을 운영하던 업체가 폐업했다. 작년 12월 경기 성남종합버스터미널도 1년간 중단한다고 했다가, 성남시와의 협의를 거쳐 휴업을 철회한 바 있다. 폐업한 자리에는 각 지역 지자체가 컨테이너 등으로 만든 임시 정류장을 두고 일부 노선을 다니는 시외버스를 자체 운영하고 있다.

시민들이 이용하는 교통편 가운데 시외·시내버스, 마을버스 등을 운영하는 업체도 지자체 재정 지원에 의지해 간신히 버티고 있을 뿐 위태로운 건 마찬가지다. 일부 지역에서는 시내버스나 마을버스의 노선 개수나 운행 횟수를 줄이고 있어 시민들이 불편을 겪는 경우도 속속 나오고 있다. 예컨대 강원 원주시의 시내버스 노선은 2019년 75개에서 2021년 51개로 축소됐다. 시내버스 회사 3곳에서 버스 160여 대를 가지고 있지만, 최근 가동률은 75%에 그친다고 한다. 원주시 관계자는 "코로나 전과 비교해 시내버스 배차 간격이 평균적으로 20분 정도 늘었다고 볼 수 있다"며 "시내에서 호저면으로 가는 노선은 재작년 아예 폐지됐다"고 했다.

소재현 아주대 교통시스템공학과 교수는 "일시적으로라도 특정 지역에서 사람들이 많이 이용하는 노선에 운행이 줄어든 버스를 투입하거나, 정해진 노선 없이 승객의 수요를 감안해 이동하는 '수요 응답형 버스' 등의 도입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기고자 : 남원=김민기 기자 남원=윤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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