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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민련 김종필총재는 27일 밤 11시30분쯤 리동복비서실장에게 전화를 걸어 『일본방문을 취소한다』고 말했다. 이실장은 즉시 김룡환사무총장에게 전달했고 김총장은 날이 밝자마자 신당동 자택으로 김총재를 방문하고 당사로 나왔다. 약속을 중시하는 김총재가 방문 3일전에 그것도 외국과의 약속을 깬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김총재는 부여지구당 위원장 자격으로 부여와 자매결연을 맺고 있는 미야자키현 초청을 받아 오래전에 방문 계획을 세웠었다. 김총재는 그러나 27일 김화남당선자의 탈당 발표를 듣고는 『아무리 악독한 정권도 이런 짓은 안했다』며 곧바로 당사를 떠나 하루종일 대책을 숙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의 한 관계자는 『신한국당이 과반수를 위해 무리하게 영입작전을 펴고 있는 현정국을 비상한 시국으로 인식하고 이를 방일 취소라는 강력한 메시지로 전달하려는 것 같다』고 해석했다.

해석대로 이 뉴스는 즉각 정치적으로 비화됐다. 첫 반응은 양김(김대중-김종필)회동 라인에서 나타났다. 「원칙적으로 적당한 시기」에 만나는 것으로 돼 있던 량김총재인데、 이날부터 회동추진설이 탄력을 받기 시작했다. 자민련 관계자들은 『국민회의 당직인선이 끝나는 대로 빨리 만날 수 있는 것 아니냐』면서 『빠르면 이번주내로도 성사될 수 있겠다』고 말했다. 국민회의 당직인선은 30일쯤으로 예정돼있다. 이 문제는 29일 자민련 간부회의에서 집중적으로 다루어져 이날 낮에 열릴 양당총무 회동에서 전달될 것으로 보인다.

한영수부총재、 김룡환사무총장、 리동복비서실장 등 고위당직자들도 모두 양김회동의 조기 성사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공조의 내용으로는 여러 방안들이 검토되고 있는데 현재 야권의 분위기로 보아 원구성부터 첨예한 갈등국면이 조성될 것으로 예상된다.

리정무원내총무는 『여당이 1백50석만 되면 과반이 된다는 어리석은 생각에 빠져있는 것 같은데 숫자만으로 과반이 되려면 적어도 1백65석은 돼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자민련측은 또 현정국의 「태풍의 핵」(이비서실장의 표현)으로 떠오른 김화남사건에 대해 『회유를 하다가 안되니 협박을 하다가、 그 과정에서 이렇게 사법처리로 김당선자를 쳐야하는 경우에 빠졌다』는 기왕의 공작정치설을 그대로 주장하고 있다.

국민회의측은 자민련만큼 다급한 처지는 아니다. 하지만 최근 돌아가는 상황은 야권공조의 필요성을 더욱 높여주고 있다는 판단이다.

박지원대변인은 『그렇지 않아도 김대중총재는 돈선거의 문제를 이번만큼은 반드시 매듭지어야 한다는 생각이었고 갈수록 그 강도가 높아지고 있다』고 전하고 양김회동에 대해서도 『그동안은 적당한 시기에 한다는 방침이었으나 그 시기가 좀 더 앞당겨져야 되는 상황이 아니냐』고 말했다.

다른 한 당직자도 『29일 만나는 양당 총무 사이에서도 공조방안이 논의되겠지만、 30일 당직개편이 끝나면 양당 사무총장 사이에서 보다 깊숙한 얘기가 오가지 않겠느냐』고 전망했다. < 최구식-이철민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