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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우리의 꿈이었습니다. 그가 겪어온 삶의 아픔은 4백만 장애인 모두의 아픔입니다. 우리들은 왜 인간다운 대접을 받지 못하고 이렇게 살아야하는 겁니까 . "

지난 21일 경기도 용인의 강남대 교정에서 뇌성마비 장애자인 이 학교 신학과 3년 백원욱씨(30)가 전동휠체어 추락사고로 숨진것을 계기로 전국의 장애인단체들이 "더이상 억울한 희생이 있어서는 안된다"며 범장애자단체 대책위원회 를 구성,장애인들의 인권신장을 위해 들고 일어났다. 백씨는 그날 오후3시쯤 수업을 마치고 귀가하려고 비탈길을 내려오다가 운동장 난간턱에 휠체어가 부딪치면서 몸이 튕겨나가 2m아래 시멘트 스탠드에 떨어졌다.

"사회에 장애인을 위한 안전시설이 거의 없다시피한 것만을 문제 삼자는 게 아닙니다. 백씨는 장애인을 구조적으로 차별하고 냉대하는 우리 사회가 죽인 것입니다. "

대책위 준비위원회의 양원태씨(27 장애인 인권사업단 홍보부장)는 "백씨는 단지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원하는 대학에도 못들어가는 수모를 겪고도 자신의 삶을 시로 승화시키고,유학까지 준비하며 열심히 살던 우리의 희망 이었다"며 "그의 죽음을 계기로 4백만 장애인들이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를 진지하게 모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백씨는 태어난지 16일만에 심한 열병을 앓고 뇌성마비에 걸려 식물인간과 같은 삶을 살던 장애등급 1등급의 중증장애자였다. 그는 19살이 되던 79년 2월부터 발로 글씨를 쓰며,공부를 시작,오로지 혼자 노력으로 6개월만에 중학교 입학 검정고시에 합격했다. 그는 그후 82년 4월 고입,84년 8월 대입검정고시도 단숨에 치러냈다. 백씨는 "공부를 더해서 장애자를 위해 살겠다"며,그후 6년동안 매번 높은 학력고사 점수를 받아 10여군데의 유명대학에 응시했으나,번번이 입학을 거부 당했다.

제대로 수업을 받을 수 없으리라는 것이 이유였다.

천신만고 끝에 90년 강남대 신학과에 입학,장학생으로 공부한 그는 졸업후에는 미국으로 유학가기 위해 저축까지 하고 있었다. 한국장애자문인협회 정회원이며 시인인 백씨는 작년 6월에는 도서출판 인동에서 홀로 한 사람은 이란 서정시집을 펴낼 정도로 의욕을 보여 장애인들에게 용기를 주기도 했다.

"지난 84년 길거리의 턱을 없애 달라는 유서를 남기고 자살한 김순석씨 (당시 34세),87년 전철을 타려다 전동차에 받혀 대학졸업을 눈앞에 두고 숨진 이춘광씨(당시 27 숭실대생)의 죽음이 아직도 우리가슴에 생생한데,또 . "

장애자 사격선수인 차광운씨(27)는 "공공건물 등의 휠체어 통로 는 아직도 전시용이 태반일 정도로 우리사회의 장애자에 대한 무관심은 여전하다"고 탄식했다.

전국장애인한가족협회 등 전국의 17개 장애인단체들은 그래서 30일 오후3시 서울역 광장에서 백씨 추모행사와 장애자에 대한 인식을 바로잡기 위한 캠페인을 펼치고,장애자에 대한 법적-제도적 차별철폐운동도 지속적으로 벌일 계획이다.

장애인을 올바르게 볼줄아는 시각을 우리 함께 가졌으면 소원해요/너무나 비뚤어진 시각과 편견은 도저히 뛰어 넘을 수 없는 벽이지요 .

백씨의 어머니 곽복희씨(65)는 아들이 시집 서문에 적은 글을 펴들고 "그렇게 힘들게 공부하면서도 장애인들을 위해 보람된 일을 하고 싶어하던 아들의 꿈이 물거품이 돼 버렸다"며 말끝을 잇지 못했다. <임형균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