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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자당 각파는 정치를 여전히 민심의 향방과는 무관하게 하고 있다. 민심은 지금 정부-여당의 경제실책과 역량부족,그리고 안기부원의 흑색개입에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그것이 바로 14대 총선의 표의 흐름이었다. 그런데도 청와대나 김영삼대표,그리고 박태준씨와 김종필씨 등 민자 각계파는 국민앞에서 대죄를 하는 겸허한 자세를 보이기 보다는 저마다의 대권 전략에만 집착한채 추한 떠넘기기 싸움 만을 일삼았다. 대권이란 국민의 표가 주는 것이지,그렇게 김칫국 생각부터 하면서 자기들끼리 다투었다가 미봉했다가 하면 다 되는 것인가.

청와대측은 아마도 김영삼씨의 최후통첩에 일단 후퇴를 한 것 같다. 그러나 이미 레임덕 이 된 청와대측의 장악력이 과연 박태준-이종찬-김종필씨의 순종 을 강제할 수 있을 것인지는 더 두고 볼일이다.

민자당은 이렇게 해서 14대 총선에 나타난 국민의 분노를 대권 게임시작 이란 쇼로 긴급히 피해가는 것 같으나,국민을 그렇게 어리숙한 존재로 착각해선 안된다. 국민은 진정 집권세력의 권력투쟁엔 식상할대로 식상했다. 도대체 이게 벌써 몇번째인가.

그러나 어쨌든,이왕에 터질 일이라면 빨리 터져버린 것은 괜찮다. 김영삼씨가 경선출마를 선언했으니 박태준씨나 이종찬씨도 무대뒤가 아닌 무대 위에서 공개적으로 겨뤄야 할 것이다. 한가지 당부하는 것은 청와대도 안기부도 민자당 각 계파도,모두들 치사한 방법의 싸움은 하지 말라는 것이다.

경선을 하려거든 문자 그대로 정직한 경선을 해야한다. 겉으로만 경선이라 해놓고서 뒤로는 갖은 조작과 압력과 매수와 외풍을 작용시키는 식이라면 국민은 또 한번 민자당을 경멸할 것이다. 그런 요청에서 전당대회의 대의원들은 위로부터의 지시에 놀아나는 인형이 돼선 안된다. 그야말로 당내 풀뿌리의 힘이 치솟아야만 민자당은 그나마 당다운 당이 될 수 있다.

또하나 강조하는 것은 민자당 각 계파 보스 들은 이젠 정말로 유치한 말들을 더 이상 하지 말라는 것이다. 지난 총선기간중 김영삼씨는 부산에 가서,김종필씨는 대전에 가서,그리고 박태준씨는 대구에 가서 제각기 지역감정을 부추기면서 인간의 원색적인 감정에 호소하는 말들을 했다. 그것이 과연 대통령 되겠다는 사람들의 언어의 수준인가. 적어도 대권을 쥐어 보려거든 이젠 좀 그럴듯한 논리와 수사학을 개발해 보기 바란다.

어차피 우리 정치는 다시 선거의 회오리바람 속에 휘말릴 판이다. 우리들 유권자와 민주 시민들은 다시금 눈을 똑바로 뜨고서 심판의 날에 대비해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