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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생 120주년 맞아 4권 먼저 나와
조카 김명열 명예교수가 펴내

상허 이태준(常虛 李泰俊·1904~?)의 탄생 120년을 맞아, 그의 월북 전 모든 작품을 모은 전집(열화당)이 출간됐다. 단편소설을 모두 수록한 1권('달밤')을 비롯해 최근 4권이 먼저 나왔다. 2권은 중편소설·희곡·시·아동문학 작품을 묶었고, 3~10권은 장편소설이다. 2028년까지 총 14권으로 전집을 완간한다는 계획이다.

이태준은 1925년 단편 '오몽녀'로 등단해, 한국 근대 단편소설의 예술적 완성도를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는다. 광복 직후 월북해 1950년대 중반 북한에서 숙청당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월북 작가의 해금 이후 그의 전집이 출간된 적이 있으나, 아동문학·희곡·시·평론·좌담 등 월북 이전 모든 작품을 망라하는 것은 처음이다.

전집 제작의 원칙은 이태준의 의도에 부합하도록 본문을 구성한다는 것. 월북 이전 마지막 판본에 최종 의도가 있다고 판단해, 이를 원전으로 삼았다. 광복 이전 개고된 작품들 중에 검열을 피하기 위한 수정으로 보이는 것들엔 최초본을 복원하고 주석을 달았다. 각 권마다 적게는 500개, 많게는 1400개에 이르는 주석을 달았다. 의미가 모호한 것은 '추정'이라 밝히고 풀이했다. 작품을 현행 표기법으로 고치되 방언과 당대의 독특한 표현은 최대한 살렸다.

이번 전집 작업은 이태준의 조카(여동생의 아들)인 김명열 서울대 영문과 명예교수가 주도했다. 김 교수는 2015년부터 외삼촌 이태준의 원고를 정리했다. 그는 "문학은 그(이태준)에게 생명처럼 소중한 것이었다. 그러므로 그가 북에서 숙청당한 후 겪었을 가장 가슴 아픈 일 중 하나는 그의 작품이 철저히 제거된 점일 것이다"라며 "이 전집의 출간이 외숙의 그 한을 풀어드릴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책에 썼다. 기고자 : 이영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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