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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으로부터 약 700년 전 유럽의 강의실인데 어째서 20세기 대한민국에서 보낸 내 학창 시절이 떠오르는가. 교수는 높은 강단에서 열강하고, 학생들은 긴 책상 앞에 다닥다닥 붙어 앉았다. 예나 지금이나 제일 앞줄은 총기 가득한 눈으로 강의를 경청하는 모범생들 차지다. 잡담을 하려면 되도록 뒷줄에, 아예 엎드려 잠을 자려면 구석에 앉는 게 마음 편하다.

이는 1088년에 문을 연,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대학이자 '대학교(Universitas)'라는 명칭을 처음 사용한 이탈리아 볼로냐 대학의 강의실 풍경이다. 중세 이전까지 유럽인의 교육은 주로 교회와 수도원에서, 지역을 불문하고 라틴어로 이루어졌다. 세속적인 교육기관으로 대학이 설립됐으나 역시 전공 교과는 신학, 그리고 법학과 의학에 한정됐고, 학문의 언어는 여전히 라틴어였다. 볼로냐는 법학 전문, 파리 대학은 신학, 살레르노 대학은 근대 의학의 산실이었다. 그림 속 '독일의 헨리쿠스'는 아리스토텔레스 윤리학 전문가다. 기독교 중심의 세계에서 대학은 오랫동안 억눌려있던 고대 그리스의 인문학과 이슬람인들의 수학, 과학을 받아들여 전파하면서 다음 세기의 르네상스를 이끌어냈다. 그 배경에는 이처럼 각지의 대학을 중심으로 자유롭게 이동하며 교류하던 학자와 학생들이 있었다.

우리가 아는 대학과 다른 점이 있다면, 중세 대학에서는 읽고 쓰는 게 아니라, 듣고 말하며 배웠다는 것이다. 종이와 인쇄술이 보편화하기 전까지 책이 귀했기 때문이다. 그러니 요즘 학생들이 책 대신 유튜브에서 지식을 구한다며 혀를 찰 일은 아니다. 코로나 시대, 강의실에 붙어 앉지는 못해도, 온라인으로 자유롭게 의견을 나눌 수만 있다면 배움이 끊이지는 않을 것이다. 기고자 : 우정아 포스텍 교수·서양미술사
장르 : 연재
본문자수 : 850
표/그림/사진 유무 :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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