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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일어난 건물·절개지 붕괴 등 다양한 재난 사고를 보면 인근 주민·작업자가 위험 징후를 사전에 발견했는데도 시의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 언론은 사고 차원에서만 보도해 유사한 사고를 막을 수 있는 소중한 교훈을 얻지 못하고 있다. 지난 1월 사후(事後) 처벌에 중점을 둔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되었지만 사고 예방 효과는 의문시된다.

지난 1월 말 경기도 양주 삼표산업 채석장 붕괴 매몰 사고의 경우, 사고 4일 전 작업자들이 바닥 균열을 발견하고 사진을 찍어 회사 측에 붕괴 위험을 알렸지만 무시당했다. 이는 붕괴 전조 현상으로 회사 측은 즉시 작업을 중단시켜야 했다. 2018년 9월 서울 상도유치원 지반 붕괴 사고도 사전 경고를 무시한 안전 불감증 때문에 발생했다. 유치원 지반 침하 6개월 전 안전진단에서 심각한 문제가 발생했지만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기 때문에 대형 사고로 이어졌다.

각종 사고는 현장 작업자들이 위험을 발견해 신고하거나, 공사장 인근 주민들이 민원을 제기할 정도로 위험이 노출된 상태에서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결국 사전 경고 수렴·사고 예방을 담당하는 국가 재난 예방 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아 발생한 것이다. 정부도 재난 관리 시스템을 가동 중이지만 일선 공무원들의 일손·전문성 부족으로 재난 상황을 제대로 챙기지 못하는 실정이다. 각종 재난 사고를 실질적으로 예방하기 위해 안전 상황을 촘촘히 챙기는 민간 주도의 '지역별 재난 예방 조직'을 운영할 필요가 있다. 여기에 민간 전문가도 참여시켜 일부 응급 대처 권한을 부여하면 도움이 될 것이다. 기고자 : 이수곤 前 서울시립대 토목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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