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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푸틴·러 재벌에 고강도 제재… 초호화 저택·요트·제트기도 압류

세계 각국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측근에게 고강도 제재를 가하면서 러시아 올리가르히(정권과 유착된 재벌)들이 "청구서 요금도 내기 어려운 지경"이라며 경제난을 호소하고 있다. 러시아 최대 민영은행인 알파뱅크의 페트르 아벤 회장은 27일(현지 시각) 파이낸셜타임스 인터뷰에서 "30년 동안 쌓아온 모든 것이 무너졌다"고 말했다.

유럽연합(EU)은 지난달 28일 아벤에 대해 입국 금지와 계좌 동결 등 제재를 단행했다. 지난 15일 영국이 추가 제재를 발표하면서, 그가 소유한 런던 중심가 아파트와 교외 저택, 남은 은행 계좌까지 모두 동결됐다. 45억 파운드(약 7조2600억원)를 보유한 자산가인 그는 "이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모르겠다"고 한탄했다.

아벤은 1990년대 알파뱅크를 중심으로 금융 서비스 사업을 벌였고, 주로 석유 투자로 자산을 키웠다. 그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지난달 24일 크렘린궁에서 푸틴 대통령과 함께 사진을 찍기도 했다. 푸틴 최측근이라는 지적에 아벤은 "러시아에서 사업하려면 대통령과 접촉할 수밖에 없다"고 반박했다.

EU의 고강도 제재 발표 이후 유럽 각국에선 적극적인 후속 조치가 이뤄지고 있다. 영국은 러시아 '철강왕' 알리셰르 우스마노프의 초호화 요트 '딜바르'와 영국 내 저택, 석유 재벌 유진 슈비들러가 소유한 제트기 2대 등을 압류했다. 이탈리아에서는 푸틴 측근이자 광산 재벌인 알렉세이 모르다쇼프의 호화 요트와 주택이 압류됐다. 그가 소유한 러시아 최대 철강 기업 세베르스탈은 외화 채권에 대한 이자 지급을 제때 하지 못해 부도 위기에 놓였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보도했다. 이탈리아 당국은 푸틴 대통령이 실제 소유자로 의심되는 8000억원대 초호화 요트 '셰에라자드' 압류를 검토하고 있다.

또 다른 올리가르히인 알파뱅크 설립자 미하일 프리드만은 27일 미국 CBS 방송에 출연해 "현금자동인출기(ATM)에 카드를 넣어도 돈을 찾을 수 없다"며 "도대체 우리가 잘못한 것이 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러시아 침공으로 고통받는 우크라이나 국민에 비하면 이들의 불만은 '배부른 소리'라는 비판도 나온다. 일부 러시아 재벌이 제재 직전에 제3국이나 제삼자 명의 은행 계좌로 미리 빼돌린 것으로 드러나 실제 제재 성과가 미미하다는 지적도 있다. 기고자 : 백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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