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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킹 살해범 김병찬 재판… 피해자 부모 ＂사형선고를＂ 오열

"딸이 세상을 떠난지도 모르고 중매가 들어오면 슬퍼지고, 억울하고 분해 종교에 매달려봐도 슬픔은 가시지 않는다. 오늘도 내 딸이 사준 신발을 신고 왔다. 10년 넘게 아침마다 메시지를 주고받았는데, 그게 끝나니까 사는 게 사는 것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스토킹 살해범' 김병찬(35)씨의 피해자 부모는 28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6부(재판장 정진아) 심리로 열린 김씨 사건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김씨는 지난해 11월 19일 서울 중구 한 오피스텔 주차장에서 30대 여성을 흉기로 여러 차례 찔러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피해자는 김씨를 스토킹 범죄로 네 차례 신고한 후 경찰의 신변 보호를 받던 중이었고, 김씨는 법원으로부터 접근금지명령 등을 받은 상태였다. 사건 당시 피해자는 경찰이 제공한 스마트워치로 긴급 구조를 요청했으나 경찰은 범행을 막지 못했다.

재판 내내 법정에 눈물이 가득했다. 피해자의 부친은 준비해 온 호소문을 꺼내 읽으며 "얼마 전 딸의 생일이었는데, 저 살인마가 법에 의해 심판을 받게 해서 평생 감옥에서 참회하며 살게 해주겠다고 약속했다"며 "(김씨를) 죽일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일까 매일 생각하며 준비한 도구가 고작 이 종이 조각(호소문)뿐이었다"면서 재판부에 사형 선고를 요청했다. 피해자의 모친은 세상을 등진 딸을 향해 "(내가) 슬퍼하면 네가 좋은 곳에 가지 못할까 봐 맘 놓고 울지도 못한다"며 "너와 함께한 세월이 고맙다. 엄마·아빠는 너를 너무 사랑한다"라고 했다. 피해자 부모가 오열하자 방청석에 앉은 피해자의 동생과 친척들도 고개를 들지 못했다.

재판장은 재판 말미에 "유족의 마음을 감히 헤아릴 수 없을 것 같다. 건강 잘 추스르시기를 바란다"고 했다. 수의(囚衣)를 입고 출석한 김씨는 재판 내내 피고인석에서 두 눈을 감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기고자 : 류재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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