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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문 연 서울 공공도서관 8곳 칸막이 열람실은 아예 없어

지난 24일 오후 2시쯤 찾은 서울 중구에 있는 손기정도서관. 재단장을 마친 후 지난해 11월 개관한 이 도서관의 1층에는 마치 카페처럼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의자와 테이블이 마련돼 있었다. 2층에는 자유롭게 책을 읽을 수 있는 소파와 캠핑 의자 등이 놓여있었고, 잔잔한 음악이 흘러나왔다. 이날 아이와 함께 이 도서관을 찾은 부모는 2층으로 이어지는 계단 앞에서 연신 아이의 사진을 찍기도 했다. 아이의 깔깔 웃는 소리가 퍼졌지만 누구도 이를 제재하지 않았다.

책을 읽거나 칸막이 사이사이에서 공부를 하는 사람들로 가득했던 도서관 풍경이 달라지고 있다. 주변에 폐를 끼칠까 숨죽인 채 발소리도 조심해야 했던 전형적인 옛날 도서관 대신, '왁자지껄한 도서관'이 전국 곳곳에서 잇따라 생겨나고 있다. 작년 서울에는 총 8개의 공공도서관이 새로 문을 열었는데, 이 중 칸막이 열람실이 설치된 도서관은 한 곳도 없었다.

대신 새로 생기는 도서관은 지역 주민들끼리 정보를 교류하거나, 시민들이 가족 단위로 찾아와 문화 체험을 할 수 있는 공간으로 바뀌고 있다. 아이들에게 소리 내 책을 읽어주는 것을 권장하는 도서관도 생기고 있다. 서울 동작구 흑석동에서 지난 2월 문을 연 까망돌도서관도 그런 사례다. 1개 층을 유아·어린이 등이 이용하는 가족자료실로 만들어, 곳곳에 신발을 벗고 바닥에 앉아 아이와 소리 내 책을 읽을 수 있는 공간이 마련돼 있다. 이용재 부산대 문헌정보학과 교수는 "우리나라는 지금까지 도서관을 입시나 취직을 위한 공부방으로 이용하는 경향이 강했는데, 시민들을 위한 개방적인 모습으로 변화하는 건 바람직한 모습"이라고 했다.

도서관 고유의 조용한 분위기를 아쉬워하는 사람도 많다. 특히 취업준비생이나 수험생 사이에서는 "무료로 공부할 수 있는 곳이 없어져 불편하다"는 불만도 나온다. 대구에 사는 재수생 강모(20)씨는 지난 1월 대구에 새로 지어진 도서관을 갔다가 책상에 '수험공부를 하지 말라'는 내용의 스티커를 봤다고 한다. 강씨는 "한 달에 15만원 정도 내야 하는 스터디카페는 부담스러워서 도서관을 이용할 수밖에 없는데 당황스러웠다"며 "요즘은 공부하기 위해 예전에 지어진 도서관을 찾아다니고 있다"고 말했다. 기고자 : 한예나 기자 홍란 인턴기자(연세대 사회학과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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