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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에 침 안묻었어도 고통＂

다른 사람과 다투다 화가 나 그 사람을 향해 침을 뱉은 경우, 침이 몸에 직접 묻었는지와 무관하게 폭행죄로 처벌할 수 있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28일 서울동부지법에 따르면 지난 2020년 8월 서울 광진구 영동대교 북단 사거리에서 A(39)씨는 차선을 바꾸려는데 양보를 해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옆 차선을 달리던 B씨와 다투게 됐다. 두 사람은 차를 세운 채 언쟁을 벌였는데 이 과정에서 A씨가 차에서 내려 B씨의 자동차 조수석 쪽으로 다가가 당시 조금 열려있던 창문 틈 사이로 침을 뱉었다. 검찰은 이 행위가 폭행에 해당한다고 보고 B씨를 기소했다.

작년 5월 1심 재판부는 A씨가 뱉은 침이 피해자에게 묻었는지 여부에 집중했다. 이 재판부는 당시 "침이 피해자 팔에 묻었다는 점을 입증할 증거가 피해자 진술 외에는 없고, 설령 침이 팔에 묻었다고 해도 A씨가 적극적으로 침을 묻히려고 한 것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등의 이유로 무죄를 선고했다.

하지만 2심을 맡은 서울동부지법 형사항소3부(재판장 김춘호)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A씨의 "폭행 혐의가 인정된다"며 지난 21일 벌금 70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증거로 제출된 B씨 차량 창문에 침이 묻어 있는 사진에 주목했다. 김 판사는 "사진 속에서 자동차 창문 유리 위쪽에 침이 묻어있는데 한 곳에 집중되지 않고 넓게 퍼져있는 걸 보면 A씨가 뱉은 침의 일부는 피해자 차 안으로 들어왔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했다. 이어 "폭행이란 사람의 신체에 대해 육체적이나 정신적 고통을 주는 걸 의미하는 만큼 침이 피해자의 몸에 닿지 않았더라도 피해자에게 고통을 줬는지, 고통의 정도는 어떤지 등을 종합해 판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기고자 : 채제우 기자
장르 : 고정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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