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종이신문보기

119까지 출동해 들것으로 옮겨
＂조합에서 탈퇴했다는 이유로 노동자끼리 일 못하게 해서야＂

지난 26일 오전 9시 충남 금산군 제원면 한국타이어 금산공장 앞 삼거리. 빈 컨테이너를 싣고 공장으로 들어가려는 대형 트럭 10여 대가 4차선 도로 한가운데 멈춰 섰다. 머리에 붉은 '단결 투쟁' 띠를 두른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 조합원들이 자기 키보다 2배 이상 높은 대형 트럭을 몸으로 막아섰다. 화물연대 소속이 아닌 트럭 기사들이 일하지 못하도록 조직적으로 방해하기 위해서였다. 돌발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온 경찰이 이를 제지하자 한 조합원이 돌연 "허리가 아프니 119를 부르라"며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그는 119 대원들이 도착한 후에도 한참을 바닥에 앉아 일어서지 않았다. 구급대원과 경찰 7~8명이 힙을 합쳐 들것으로 옮긴 뒤 트럭 진행로를 확보하려 하자 이번엔 다른 조합원들이 고함을 지르고 욕설을 하며 트럭 앞으로 뛰어들었다.

금산공장 앞에서 벌어지는 이런 화물연대 행태는 1월 초부터 이어지고 있다. 화물연대 대전본부 조합원들은 10명씩 7개 조로 돌아가며 새벽 5시30분부터 공장 앞에 집결해 비노조원들을 비난한다. 지역본부 상근직들까지 50명 가깝게 올 때도 있다. 28일 오전에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졌다. 화물연대 조합원 30여 명이 모여 차량을 막거나 시위차에 올라 확성기를 들고 "부끄럽지 않으냐, 이 개XX" 등 욕설을 하며 고함을 질렀다. 경찰 병력이 주변에 포진했지만 아랑곳하지 않았다.

이들 때문에 공장에 들어가지 못하는 트럭 기사들은 화물연대에서 탈퇴했거나 한국노총에 가입한 사람들이다. 한 트럭 기사는 "우리 모두 가정이 있는 사람들인데 작년 11월부터 총 3~6번밖에 일을 못 해 한 달 수입이 30만원 정도"라며 "대출을 받거나 모아둔 돈을 까먹는 바람에 생계가 위태롭다"고 한숨을 쉬었다.

화물연대가 같은 편에 서지 않는다는 이유로 행패를 부리는 일은 적지 않다. 지난해 12월에도 부산신항 근처 컨테이너 야적장을 점거하고 비노조원들을 막은 적이 있다. 비노조원이 다수를 차지하는 운송회사와 계약을 해지하도록 한국타이어를 압박해 결국 회사가 문을 닫기도 했다. 갈 곳이 없어진 이 회사 소속 트럭기사들 13명이 여러 운송사로 나눠 배치됐지만, 여전히 제대로 일감을 받지 못하고 있다.

작년 9월 대구 SPC 물류센터에선 화물연대 조합원이 비노조원이 모는 빵 운송 트럭에 뛰어올라 머리로 앞유리를 들이받아 깨뜨리기도 했다. 유리가 산산조각 나고 당사자도 피를 흘리며 병원에 실려갔다. 차량에 날계란을 집어던지거나 파업한 노조 일을 대체하는 기사를 집단 폭행하는 일도 벌어졌다.

화물연대의 이런 강성 투쟁 방향 배후에는 민노총 조직 지도부 성향이 작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 화물연대 내부에서도 일부 불만이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한 화물연대 조합원은 "'조직의 이익이 조합원의 이익'이라며 집회 참여 등 과격한 활동을 강요한다. 화물연대를 탈퇴하면 한국타이어 일을 할 수 없다는 내부 규칙 때문에 참고 있다"고 전했다. 최근 화물연대 단체카톡방에는 "조합을 탈퇴했다는 이유로 함께 상생해야 하는 비조합원들 생계를 위협하는 건 화물연대의 방향과 다르다. 그들도 우리 같은 절실한 노동자"라며 "계속 출입을 막는다면 누군가 부상당할 수도 있다"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기고자 : 손호영 기자
본문자수 : 1615
표/그림/사진 유무 : 있음
웹편집 :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