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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연휴를 앞두고 중국계 미국 작가 하진(哈金·66)의 소설 '기다림'(시공사)을 펼쳐 보았습니다. 하진은 1999년 출간한 이 소설로 전미도서상을 받고 퓰리처상 최종 후보에까지 올랐죠.

도시에서 만난 간호사 만나에게 마음을 빼앗긴 의사 린은 18년의 기다림 끝에 고향의 아내와 이혼하고 만나와 결혼합니다. 젊고 쾌활했던 만나는 결혼하고 쌍둥이를 낳은 후 신경질적으로 변해가지요. 사는 게 지긋지긋해진 린은 춘절(春節·설날)을 이틀 앞둔 어느 날 이혼한 아내와 딸을 찾아가는데요. 모녀가 셴핑(?餠·소를 넣은 떡)을 만들고 있는 평화로운 풍경에 감동해 목이 멥니다. "최근에 보낸 명절을 생각하다 린은 당혹감에 사로잡혔다. 머릿속에 떠오른 명절은 모두 그날이 그날 같았다. 어춘을 떠난 뒤로 행복한 춘절을 보낸 적이 한 번도 없다고 말할 수 있었다."

코로나 와중에 명절을 맞이하는 마음도 린의 심경과 닮지 않았나요? 명절인데 모이지도 못하고 마스크와 거리 두기에 갇힌, 그날이 그날 같은 날들. 오랜만에 가족들의 소식을 듣고 '우리는 저마다 고립된 고통을 겪고 있구나' 생각하는 린의 모습이 역병이 끝나기만을 기다리는 우리와 겹쳐 보였습니다.

이번 주 지면은 '그리움'을 주제로 마련했습니다. 시인·소설가·화가 등이 추천한 '고향을 그리며 읽으면 좋을 책'과 소설가 박완서의 딸 호원숙씨가 권하는 '엄마가 그리울 때 읽는 책'을 소개합니다.

'기다림'은 이런 구절로 끝이 납니다. "바깥에서 만나가 지나가는 누군가에게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고 말하는 소리가 들렸다. 너무나 쾌활한 목소리였다. 그 목소리만은 생명력으로 가득하다는 것을 린은 알 수 있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기고자 : 곽아람 Books 팀장
장르 : 고정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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