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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수퍼·자영업자, 치솟는 물가·인건비에 '우울한 설'

서울 강서구에서 66㎡(20평) 규모 수퍼마켓을 하는 김모(52)씨는 28일 네 팩이 들어 있는 딸기 한 상자를 5만원 주고 들여왔다. 지난주만 해도 거래처에서 4만원에 가져왔는데 그새 1만원이 올랐다. 김씨는 "보통 20~25% 정도 마진을 붙여 파는데 가격을 물어보고선 '비싸다'며 그냥 가버리는 손님이 많다"며 "과일뿐만 아니라 고추장·간장 같은 장류부터 음료, 아이스크림, 믹스커피까지 가격이 안 오른 상품이 없는데 손님이 더 줄까 걱정"이라고 했다.

동네 수퍼나 자영업자 사이에선 "설 명절 특수는커녕 장사하기 정말 어려워 우울하다"는 하소연이 터져 나오고 있다. 코로나로 가뜩이나 힘든데 물가가 가파르게 치솟아 장사해도 남는 건 없고, 인건비는 계속 올라 죽을 맛이라는 것이다. 수퍼·편의점 종사자들이 모인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이달에만 (납품 대리점에서) 가격 인상 공문을 6장 받았다' '손님들이 온라인에서 살까 봐 가격을 못 올리고 있다' 같은 글이 연달아 올라왔다. 그렇다고 마진율을 줄이자니 인건비·임대료 같은 고정비 감당이 안 된다. 문재인 정부 들어 매년 오르던 최저임금은 올해도 지난 1일부터 5% 인상됐다.

◇새해 물가 고공 행진… 동네 수퍼 "손님 줄어 죽겠다"

지난해부터 돼지고기·계란·배추·과일 등 농·축·수산물 가격이 가파르게 오른 가운데 새해 들어서는 각종 제품 가격 인상이 계속되고 있다. 파리바게뜨는 다음 달 9일 빵·케이크 제품 66종의 가격을 평균 6.7% 올린다고 28일 밝혔다. 빙그레는 오는 3월 주요 아이스크림 가격을 올린다. 메로나는 800원에서 1000원으로, 투게더는 5500원에서 6000원으로 뛴다. 롯데제과도 다음 달부터 행사 상품을 줄이고 정찰제를 확대하는 식으로 사실상 가격을 인상한다. 동서식품과 롯데네슬레코리아가 이달 가격을 각각 7.3%, 8.7% 올리면서 믹스커피 가격도 뛰었다. 아이스크림과 커피는 작년 식품 물가가 고공 행진하는 가운데서도 그나마 가격이 오르지 않았던 품목이다.

공급가가 뛰자 동네 수퍼, 편의점 사장들은 요새 가격표를 가느라 분주하다. 8년째 편의점을 운영하는 최모씨는 "다음 달 1일 자로 가격이 바뀌는 상품만 100가지가 넘는다"며 "안 그래도 '편의점은 비싸다'고 하는 손님이 많은데, 이제는 왜 올랐는지 설명하기도 민망할 지경"이라고 했다. 가격이 오르면 단기적으로 손님이 빠지는 경우가 많아 자영업자에겐 당장 손해가 된다.

◇최저 시급까지 올라 "알바도 못 쓸 판"

자영업자들은 "물가 상승 탓에 장사도 잘 안되는데, 최저임금 인상까지 겹치니 연초부터 정말 죽을 맛"이라고 했다. 지난해 8720원이었던 최저 시급은 올해 1월 1일 5% 인상돼 9160원이 됐다. 현 정부 들어 5년간 인상률은 41.6%에 이른다. 인상된 최저 시급을 적용하면 한 달 1인당 인건비는 작년 182만원에서 191만원으로 9만1960원 정도 늘어난다. 서울 마포구에서 식료품 가게를 운영하는 이모(50)씨는 "요즘같이 어려운 때엔 적금까지 깨서 겨우 월급을 주기 때문에 부담이 작지 않다"며 "그나마 있는 알바생도 내보내야 할 판"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영세 사업자의 인건비 부담을 일부 보전해 주겠다면서 도입한 '일자리 안정 자금'은 해마다 줄어들었다. 2018년 직원 1명당 월 13만원씩 지원했던 게 올해는 3만원으로 줄었고, 그마저도 상반기까지만 적용된다. 이창호 자영업자비대위 공동대표는 "유일한 지원 대책이었던 일자리안정자금은 이제 의미 없는 제도가 됐다"며 "최저임금 인상과 매출 감소 여파를 자영업자들만 뒤집어쓰고 있다"고 했다. 기고자 : 최연진 기자 성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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