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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TT에서 골라봤다, 작품 6

사람 만나기는 조심스럽고, 거리 두기는 일상이 됐다. 이불 밖은 위험할 것 같은 이번 연휴야말로 미뤄뒀던 드라마 정주행에 최적의 찬스. OTT 6개에서 몰아보기 알맞은 작품만 골랐다. '설 연휴엔 정주행' 목록〈표〉 속 주옥 같은 추천 시리즈들도 꼭 살펴보시길.

◇'에밀리, 파리에 가다' (넷플릭스)

종종 해외여행 금단증상을 느낀다면, 파리와 프랑스가 듬뿍 담긴 이 시리즈는 맞춤한 진통제다. 시카고의 마케터 에밀리(릴리 콜린스)는 회사가 인수한 프랑스 파리의 명품 마케팅사에서 일하게 된다. 프랑스적 가치와 미국식 실용주의가 부딪치고, 우정과 사랑의 작대기가 엇갈린다.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처럼 화려한 명품과 옷들은 기본. 에밀리는 위기를 하나씩 이겨내며 직업적 성취, 멋진 친구, 매력적인 남자 같은 희귀 아이템을 획득해간다. 이야기와 캐릭터는 한없이 가볍지만, 그런들 어떠하리. 파리는 언제나 옳다.

◇'트레이서' (웨이브)

"딴생각하시는 날엔 박살 난다는 거, 그거만 알려드릴게요." 검은돈 전문 회계사 황동주(임시완)가 조세5국 팀장으로 온다. 숨긴 돈 털어내는 데는 발군의 실력자. 당찬 조사관 서혜영(고아성), 한때 국세청 에이스 오영(박용우)이 힘을 합치지만, 정치와 연줄로 얽힌 거대한 시스템이 모난 돌 같은 이들을 쪼아내려 한다. 뛰어난 실력으로 힘 있는 자들에게 한 방 날리고, 앞뒤 안 재고 정의 구현에 매진하는 영웅, 드라마가 아니면 어디서 볼까. 이번 설날에 시즌1의 마지막 7·8회차가 공개된다.

◇'술꾼 도시 여자들' (티빙)

방송의 소재·표현 제약이 심하던 과거엔 절대 못 만들었을 드라마. 요가 강사, 유튜버, 방송작가인 미혼의 세 친구가 밤마다 술집에 모여 서로 고단한 일상을 위로하며 술을 마신다. 그것도 아주 신나고 재미있고 맛있게. 이선빈·한선화·정은지 세 배우는 배역과 찰떡이 돼 아낌없이 망가지며 큰 웃음을 선물한다. 요즘 말로 '저세상 텐션'. 사회 초년생의 고민, 비정규직의 애환, '짠'한 우정과 사랑 이야기도 과장 없이 웃프게 담아냈다. 티빙은 "첫 공개부터 마지막까지 이 시리즈를 보려 유료 가입한 사람이 35배 늘었다"고 했다.

◇'아파트 이웃들이 수상해' (디즈니+)

미국 OTT '훌루'에서 이 플랫폼 역사상 가장 많은 시청자가 본 코미디 시리즈. 뉴욕의 고급 아파트에서 살인 사건이 일어난다. 경찰은 자살이라고 발표했지만, 이 아파트의 공통점이라곤 없는 추리 마니아 세 사람이 살인 사건의 진실을 밝히겠다며 좌충우돌한다. 1980년대 말 코미디 영화 '총알 탄 사나이'를 기억한다면 배우 스티브 마틴이 반가울 것이다. 요즘 핫한 스타 설리나 고메즈의 연기도 천연덕스럽다. 로튼토마토 신선도 100％를 받은 몇 안 되는 드라마 중 한 편. 미 골든글로브 작품상 후보였다.

◇'며느라기2…ing' (카카오TV)

명절에 보면 과몰입을 유발할지도 모른다. 초보 며느리 민사린(박하선)은 '시월드'의 모든 것이 낯설다(요즘은 시댁을 우스개로 '시월드'라 부르기도 한다). 시즌1은 부모님과 아내 사이에서 쩔쩔매는 남편, 무척 현실적인 시어머니, 명절과 제사 등 다들 겪어봤을 법한 이야기를 섬세하게 그렸다. 시즌2에선 며느리가 뜻밖의 임신을 하며 사건이 이어졌고, 단 3화 만에 누적 조회 수 600만 뷰를 넘겼다. 드라마로 서로의 감정을 비춰보고, 대화로 서로를 더 이해한다면 그 역시 명절다운 일이다.

◇'파운데이션' (애플TV+)

전설적 SF 작가 아이작 아시모프의 대표작 '파운데이션'은 방대한 세계관과 내용 때문에 영상화가 불가능하다고 여겨졌다. 그런데 애플이 그걸 해냈다. SF 팬이라면 놓칠 수 없는 시리즈. 원작에 살과 피를 더하고 색을 입혀 새로운 이야기로 풀어낸다. 우주·행성·건축물 등 시각 효과도 놀랍다. 은하제국 멸망을 예측하고 변방 행성에 모든 지식을 집대성해 암흑기를 단축하려는 심리역사학자와, 흔들리는 제국의 최고 권력자 황제가 인류의 미래를 놓고 대립한다. '우주에서 벌어지는 왕좌의 게임'이라 부른 외신도 있었다.

[그래픽] 설 연휴엔 정주행 기고자 : 이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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