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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선영화 KBS 2TV '세 자매' 밤 11시 20분

'세 자매'란 단어에는 '삼 형제'로는 치환할 수 없는 모종의 연대와 애틋함, 상처가 뒤엉켜 있다. 극 중 세 자매도 그렇다. 비루한 삶 이면에 그들이 공유한 상처가 도사리고 있다.

꽃 가게를 운영하는 첫째 희숙(김선영)은 '미안합니다'란 말이 입에 붙었다. 부당한 대우를 당해도, 심지어 암에 걸려도 그저 미안해한다. 몰래 자해하면서 문드러진 속을 달랠 뿐이다. 똑소리 나게 화목한 가정을 꾸리는 것 같은 둘째 미연(문소리) 역시 속은 곪아 터졌다. 같은 성가대 단원이 남편의 불륜녀임을 알게 되지만 분노를 삼킨다. 시나리오 작가인 셋째 미옥(장윤주)은 알코올중독에 빠져 히스테리를 부린다.

소심덩어리, 가식덩어리, 골칫덩어리. 자매는 서로 다른 모양의 가지로 뻗어나갔지만 어린 시절의 뿌리는 하나다. 아버지 생신을 계기로 고향집에 내려가면서 이들의 내면 깊숙이 자리 잡은 불안의 정체가 밝혀진다. 학대로 인한 상처를 들춰내며 아수라장으로 변해 버린 가족 식사 자리. 구제불능 손녀가 악쓰며 외치는 한 방에 오랜 갈등의 매듭이 풀린다. "어른들이 사과를 못해!"

거친 상처를 뿜어내는 배우들의 열연이 인상적이다. 이 작품으로 문소리와 김선영은 지난 연말 청룡영화상 여우주연상과 여우조연상을 받았다.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을 안고 명절을 맞은 이들이라면 더 공감할 작품이다. 기고자 : 김미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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