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종이신문보기

공연장·극장서 안전하게 본다면…

예년보다 긴 설 연휴에 공연장과 영화관은 더 바삐 돌아간다. 코로나 시대에 극장은 안전하게 즐길 수 있는 장소다. 서울에서 설 연휴에 가족이 볼만한 공연·영화 4편을 가려 뽑았다.

◇뮤지컬 '라이온 킹' 내한 공연

왕이 돌아왔다. 1997년 미국 브로드웨이에서 데뷔한 뮤지컬 '라이온 킹'은 지난 25년 동안 1억1000만명이 관람한 최고 흥행작이다. 인터내셔널 투어팀이 서울에 짐을 풀었다. 기린·코끼리·치타 등 동물들이 등장하는 첫 장면부터 입이 떡 벌어진다. 숙부(스카)의 함정에 아버지(무파사)를 잃은 심바가 품바와 티몬의 도움으로 성장해 왕위를 되찾는 이야기가 엘턴 존의 음악, 줄리 테이머의 환상적인 연출로 펼쳐진다.

토니상 6관왕을 차지했고 브로드웨이에서 '오페라의 유령' '시카고' 다음으로 장기 공연 중인 쇼. 200여 개의 인형과 가면, 700여 개의 조명이 관객을 아프리카 사바나로 데려간다. 아프리카 솔로 채워진 음악과 무대, 동물과 혼연일체가 된 배우들의 우아한 움직임이 '라이온 킹'만의 특별한 경험을 선사한다. 8세 이상 관람가. 3월 18일까지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연극 '가족이란 이름의 부족'

언어에 집착하는 아버지를 비롯해 이 가족은 늘 시끄럽지만 자기 말만 하기 바쁘다. 언어는 무성하되 진실한 소통은 없는 셈이다. 막내아들 빌리는 청각장애인이지만 구순술(입 모양을 읽는 것)로 소극적 의사소통을 해왔다. 그가 청력을 상실 중인 실비아와 사랑에 빠지고 수화를 처음 알게 되면서 상황이 뒤집힌다. 듣기만 하던 그가 침묵을 깨고 자기 이야기를 시작하는 것이다.

세련된 무대에서 폭포수처럼 말이 쏟아진다. 빌리가 '실비아의 가족이 더 진짜 같다'며 집을 떠나겠다고 할 때, 어머니는 '널 이해해'라고 말하지만 벽에는 '널 이해 못 하겠어'라고 자막이 뜬다. 이렇게 가족의 언어와 속마음 사이의 불일치가 블랙 유머를 만든다. 들리는 세계와 들리지 않는 세계 사이의 투쟁. 이 연극은 관객을 향해 '상대의 이야기를 듣고 있느냐'고 묻는다. 남명렬·정재은·이재균 등이 출연한다. 14세 이상 관람가. 2월 27일까지 정동극장.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

영국 북부의 탄광촌이 배경인 영화 '빌리 엘리어트'를 뮤지컬로 옮겼다. 주인공 빌리는 복싱 연습을 끝내고 체육관 열쇠를 건네주다 발레를 처음 만난다. 석탄 가루 날리는 마을이라 더 비현실적으로 느껴지는 핑크빛. 이 발레가 빌리를 움직인다. 탄광촌 소년이 평범에서 벗어나 꿈으로 나아가는 분투기다. 토니상에서는 작품상·연출상 등 트로피 10개를 쓸어담았다.

이 뮤지컬도 엘턴 존이 작곡했다. 하이라이트는 로열발레학교 오디션 장면. "춤출 때 어떤 기분이지?" 묻자 빌리는 노래 '일렉트리시티'로 답한다. 말로 할 수 없는 것, 그렇다고 침묵할 수도 없는 것을 춤과 노래로 표현한다. 땅속이 일터인 광부들과 비상을 꿈꾸는 빌리 사이에 수직적 대비가 좋다. 마지막 장면, 광부들은 갱(坑)처럼 캄캄한 무대에서 캡램프를 켠다. 빌리는 마치 그들의 희망처럼 걸어나간다. 8세 이상 관람가. 2월 13일까지 서울 신도림역 디큐브아트센터.

◇영화 '해적: 도깨비 깃발'

고려가 망하고 조선이 시작되던 시기, 의적단 두목 무치(강하늘)는 바다에서 표류하다 해적선에 구조된다. 해적을 이끄는 해랑(한효주)은 왜구와 싸우다 고려 황실 보물에 대한 정보를 얻는다. 보물은 액션 장면을 만들기 위한 장치다. 험악한 역적 부흥수(권상우)도 그것을 탐내면서 위험천만한 대결이 시작된다. 의적과 해적, 역적 중에 누가 보물을 차지할 것인가.

이 영화는 김남길·손예진·유해진·이경영이 주연한 '해적'(2014)의 속편이다. 시나리오 작가만 같고 배우와 감독은 싹 바꿨다. 액션과 코미디로 재미를 만드는 솜씨는 여전하다. 시원한 바다 장면이 많은데 왜 여름이 아닌 겨울에 개봉했을까. 손예진이 될 수 없는 한효주의 연기력이 살짝 아쉽지만, 설 연휴 극장가에서 가족 관객을 겨냥한 볼거리와 오락성으로는 원톱이다. 12세 이상 관람가.

[그래픽] 설 연휴 공연·영화 추천작 기고자 : 박돈규 기자
본문자수 : 2086
표/그림/사진 유무 : 있음
웹편집 :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