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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자당이 세들어 있는 여의도 극동 vip빌딩. 이 건물 6층에 대표최고위원과 2명의 최고위원 등 당지도부 3인의 사무실이 있다. 엘리베이터 통로를 복판에 두고 서로 앞뒤로,또는 좌우로 이웃해 있는 이 세사무실의 주인들 가운데 2명은 총선후 사흘째인 27일에도 출근을 하지 않았다. 김영삼대표만이 오후의 청와대 회동을 앞두고 오전중에 잠시 사무실에 들렀을 뿐이다.

그러나 이 3명의 주인들이 자리를 비우고 있는 것과 관계없이,각 방은 여전히 성시를 이루고 있었다. 장이 선것은 물론 이번 총선의 패인 분석과 책임 소재 등에 대한 여전한 일가일부 때문이다. 이미 다 알려진대로,정부에 1차적 책임이 있느냐,아니면 당에 책임이 있느냐,누가 어디까지 책임을 져야 할 것이냐 등을 놓고,시장바닥이라고 해도 결코 과장됨이 없을 정도로 떠들썩한 장면들을 연출하고 있었는데,어느 방에서나 마찬가지로 자책보다는 타방을 비난하는 목소리들 뿐이었다.

그동안 민자당이 소리높이 외쳐왔던 3당통합 정신 이니 구국적 결단 이니 하는 말들은 간 곳을 찾을 수 없고,타계파에 대해 음해 니 음모 니 하는 말들을 스스럼 없이 사용하고 있을 정도의 콩가루 집안 이었다.

최소한 당을 같이하는 사람들이라면,총선패배라는 큰 일을 겪은마당에서 3명의 최고위원들이 적어도 한번쯤 자리라도 같이하면서,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해 협의하는 기회를 가졌어야 하지 않겠느냐는 생각이 오히려 부질없을 정도였다. 정치력 이니, 지도력 이니 하는 말들을 나무에서 고기를 찾는 격만큼이나 지금의 당내 분열상에서는 동떨어진 용어가 돼버렸다.

그만큼 3명의 최고위원들과 그들을 둘러싼 계파는 각각 따로 놀고 있다. 속셈이 따로따로이기 때문임은 말할 것도 없다. 그것도 다른 일을 두고서가 아니라 누가 다음 대권을 잡느냐를 둘러싸고 벌어지는,암투도 아닌 공공연한 다툼이어서 더욱 씁쓸하다.

민자 라는 이름을 놓고 세간에서는 우스갯거리로 삼는 일도 있었지만,적어도 민주자유당 이라는 이름만은 지금의 민자당 모습과 아주 걸맞는다는 느낌을 새삼 갖는다. 지입식 합당에 따르는 생래적 숙명이라고 할지 모르나,지금 민자당 내부는 그만큼 민주적 이고 자유 롭다는 것이다. 최고위원위에 분명 총재 가 있는 당이 이모양이다. 이러고서, 단합된 모습 을 언제 어떻게 과시해 보일지 새삼 궁금해진다. <김창기 정치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