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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고 수준 바리스타가 만드는 커피, 한해 방문객 100만명 넘는 곳도 속속… ＂커피 산업의 메카로 만들 방책들 마련 중＂

"'파나마 게이샤(커피 생원두의 종류)'라고 들어보셨나요?"

부산 영도구 봉래동 '모모스 커피'에선 손님들이 커피를 주문하기 전 이런 대화를 나눈다. 기분이 어떤지, 점심은 뭘로 먹었는지, 커피 취향은 어떻게 되는지 등을 묻는다. 일종의 '커피 스토리 텔링'인 셈이다. 이 커피숍 정주은 기획실장은 "각 손님에게 가장 맞는 커피를 제공하기 위한 과정이지만 커피로 사람을 모으고 커피로 부산, 영도의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게 만들어보자는 마음을 담은 것"이라며 "지역 작가·브랜드와 협업해 다양한 작품이나 제품을 만드는 '부산하다' 프로그램도 운영 중"이라고 말했다.

커피숍 안에는 생두창고, 생두를 보관하는 사일로 탱크, 생두 감별을 하는 랩실 등이 있다. 통유리로 칸막이가 쳐져 있어 커피를 마시면서 구경할 수 있다. '모모스 커피'는 2019년 월드바리스타 챔피언 전주연, 2021년 월드컵테이스터스 챔피언 추경하 바리스타 등이 포진해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작년 12월 말 문을 연 이 곳은 봉래동 수리조선 물양장 옆에 있다. 가게 문 앞 10m쯤 앞에 있는 물양장엔 녹슨 낡은 배들이 즐비하게 정박해 있고 그 주변 골목에 쌓아둔 커다란 쇠체인들이 쌓여 있다. 해운대나 기장 등 예쁜 바다와는 거리가 멀다.

부산이 명물, 명품 커피숍들의 천국이 되고 있다. 세계적 최고 수준의 바리스타들이 만들어 내는 질높은 커피에다 다양한 표정의 바다 풍광을 배경으로 하는 이색 감성, 멋지고 예술품 같은 건물 및 내부 디자인, 수제로 직접 만든 맛난 다과 등이 어우러져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 내고 있는 중이다. 부산엔 2021년 현재 5000여개의 커피숍들이 영업 중이다. 2년 전인 2019년 4800여개에 비해 200개 가량이 늘었다.

영도에서 지난해 5월 개점한 동삼동 '피아크'는 전국 최대의 커피숍이다. 이 커피숍은 지역 작가의 공예품 협업·공연·강연 등 복합문화 플랫폼을 표방하고 있다. 영도구 청학동의 커피숍 '신기산업'은 소품·잡화 공예품을 만들고, 다른 콘셉트의 커피숍인 '신기숲', '신기여울'을 영도에 냈다. '신기산업'은 경남 거제 진출도 진행 중이다. 이들 영도의 커피숍은 조선소, 부산항 부두 등 '산업의 바다'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반면 해운대와 송정, 기장 등의 커피숍은 '휴양의 바다'에 자리하고 있다. 동해안 바다의 남쪽 끝인 기장군엔 기장읍 '메르데쿠르'·'누블루', 일광면 '웨이브온'·'칠암사계' 등 랜드마크형 커피숍들이 즐비하다. 큐브를 비틀게 얹어놓은 듯하거나 레고블록을 옆으로 이어놓은 것 같은 건물 디자인이 독특하다. 아몬드크림커피, 수제청으로 만든 시그니처 차, 지역의 유명 제빵 명장이 만든 다과 등 내놓는 커피나 차의 맛도 남다른 차별성을 갖고 있다. 이중엔 연간 방문객이 100만명을 넘는 곳도 있다.

해운대구 송정의 카페 '쿠무다'는 절에서 운영하는 곳으로 불교문화를 차와 디저트 등 현대적 요소와 접목한 이색 장소다. 미국식가배(아메리카노)와 인절미꼬챙이·흑미술빵 등을 파는 전통 찻집 콘셉트의 카페, '수월경화'도 송정에 있다. 송정에서 해운대로 넘어오는 길목인 달맞이길의 '카페 인 부산', '타이드', '다나휴스' 등은 그리스 산토리니풍의 이국적 건물 외관이나 감각적인 내부 인테리어, 그림같은 바다 풍광을 즐길 수 있는 테라스나 루프탑 등으로 유명하다.

낙동강과 을숙도, 작은 어촌을 감싸고 있는 바다의 색다른 풍경을 만날 수 있는 '서부산권 카페'들이 요즘 새로이 각광을 받고 있다. 낙동강 변에 자리한 기왓집 카페, 강서구 가락동 '앙로고택'·강동동 '토북'을 비롯, 강서구 가락동 '비아조'·'다온나루', 강서구 녹산동 '록산' 등이 뜨고 있다. 강서구 명지 앞바다의 '진목카페', '어라우즈로스터리', '카페드슬로우'와 강서구 가덕도 해안로에 있는 '구디너프', '두문' 등도 사람들이 많이 찾는다.

숲 향기 그윽한 산 속이나 시골마을에도 커피숍은 있다. 금정산 자락에 있으면서 농장을 연상시키는 인테리어로 꾸며진 '더팜471', 기장군 기장읍 시골마을 안에 자리잡은 한옥카페 '하녹' 등이 이 계열에 속한다. 이처럼 부산에 명품 커피숍들이 늘어나자 커피산업 육성 및 지원조례를 만들고 커피도시 브랜드화 및 관광거점화 정책을 마련하는 등 부산시와 시의회는 '부는 커피 바람'에 연을 날리려 하고 있는 중이다.

박형준 부산시장은 "연간 방문객이 100만명을 넘는 커피숍·카페들이 생기는 등 커피가 부산의 새로운 경쟁력으로 떠오르고 있다"며 "당장은 청년 커피전문가를 육성하고 창업을 지원하는 프로젝트를 추진하면서 중장기적으로는 부산을 '커피도시', '커피산업의 메카'로 만들기 위한 방책들을 마련 중"이라고 말했다. 기고자 : 박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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