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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장마비 딛고 9개월만에 A매치
후반 시작때 교체투입되자마자 곧바로 골… '완벽한 복귀' 알려＂

덴마크의 크리스티안 에릭센(30)이 후반 시작과 함께 교체 선수로 그라운드에 들어서자 함성이 터져 나왔다.

27일 요한 크루이프 아레나를 찾은 관중 3만9000여 명 대부분이 네덜란드를 응원하는 홈 팬들이었는데도 상대 팀 선수인 에릭센에게 환호한 것이다. 루이스 판 할 네덜란드 대표팀 감독 역시 박수를 쳤다. 9개월(287일) 전 경기 중 심장마비로 쓰러졌다가 극적으로 건강을 회복하고, 다시 A매치(국가대항전)에 나선 투혼의 전사에게 보내는 환영과 격려였다.

에릭센은 그라운드에 서자마자 자축 골까지 넣었다. 1-3으로 뒤지던 후반 2분 동료 안드레아스 스코우 올센이 페널티박스 오른쪽 측면에서 내 준 공을 그대로 때려 골문 왼쪽 상단에 꽂았다. 인터 밀란(이탈리아) 시절인 작년 5월 이후 첫 공식전 득점이었다. 에릭센은 어퍼컷 세리머니를 하며 기뻐했다.

덴마크와 네덜란드는 11월에 개막하는 2022 카타르 월드컵 본선 티켓을 확보한 나라들이다. 이날 경기 결과(네덜란드 4대2 승)보다 에릭센의 동화 같은 컴백이 더 화제를 모았다.

"큰 환영을 받았다. (아약스 시절) 수년간 이곳에서 뛰었기 때문에 네덜란드 팬들도 나를 잘 알고 있다. 가슴이 따뜻해지는 환대였다." 에릭센이 스카이스포츠와 인터뷰하면서 밝힌 소감이었다. 복귀골에 대해선 "멋진 마무리였다. A매치 복귀전을 이렇게 시작하는 건 완벽한 일"이라고 말했다.

에릭센은 아약스 유스팀을 거쳐 2010년 초 같은 팀 1군으로 프로에 데뷔했다. 홈 구장은 27일 그가 골을 넣은 요한 크루이프 아레나다. 에릭센은 2013년 여름에 잉글랜드 토트넘으로 옮겨 프리미어리그의 정상급 플레이 메이커로 전성기를 누렸다. 손흥민, 델리 알리, 해리 케인과 함께 'DESK'라인을 형성했다.

에릭센은 2020년 초 이탈리아 무대(인터 밀란)로 둥지를 옮기고 나선 기대했던 만큼의 활약은 보여주지 못했다. 생사의 갈림길에 서는 시련까지 찾아왔다. 작년 6월에 덴마크 대표로 출전한 유럽선수권 조별리그 B조 핀란드전 도중 심정지에 빠진 것이다. 의료진의 심폐 소생술로 목숨을 건진 그는 심장마비 예방 차원에서 몸에 심장충격기를 삽입했다. 그러나 작년 말 인터 밀란과 계약을 해지할 수밖에 없었다. 심장 박동이 불규칙해졌을 때 전기 충격으로 맥박을 정상으로 돌리는 이 장치를 몸 안에 넣은 채 뛸 수 없다는 이탈리아 리그 규정 때문이었다.

현역 선수의 길을 접고 싶지 않았던 에릭센은 개인 훈련을 하다 올해 1월 브렌트퍼드(잉글랜드)와 시즌 종료까지 뛰는 단기 계약을 했다. 지난달 27일 뉴캐슬 유나이티드와 벌인 홈 경기에선 후반에 교체 출전했고, 지난 13일 번리전에선 풀 타임을 소화하며 도움 하나를 올려 건재함을 알렸다.

프리미어리그 3경기를 뛰고 코로나에 감염됐다가 이겨낸 그는 덴마크 대표팀에 뽑혔다. 자신의 통산 110번째 A매치에서 37호 골 맛을 본 에릭센은 "카타르 월드컵(11월)에서 뛰기를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그사이에 열리는 많은 경기에 먼저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경기 후 자기 인스타그램엔 "이 기분을 얼마나 그리워했는지 모른다"고 적었다.

덴마크는 30일 세르비아와 평가전을 치른다. 경기 장소는 에릭센이 작년 6월 13일 심장마비를 겪었던 자국 코펜하겐의 파르켄 스타디움이다. '인간 승리의 사나이'는 불과 9개월 전 생사를 오갔던 곳에 다시 서는 또 다른 드라마를 준비하고 있다. 기고자 : 성진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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