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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아이들은 창의적이다. 창의적이다 못해 가끔 타인에게 민폐가 될 때가 있다. 나도 아이를 키우는 입장이지만 다른 아이들의 어떤 행동에 눈살을 찌푸릴 때도 있고, 내 아이의 행동 때문에 얼굴이 화끈거릴 때도 있다.

그날이 그런 날이었다. 해는 저물고 저녁을 먹어야 할 시간인데도 아이가 놀이터에서 놀이를 끝내려 하지 않았다. 흙구덩이를 파서 물을 부어 바다를 만드는 창의적인 놀이 중이었다. 열 명 정도의 아이들이 협업을 했다. 구덩이는 점점 깊어지고 물은 더 많이 필요했다. 초등학교 저학년 학생들이 구덩이를 파고 유치원 꼬마들이 수돗가로 가서 페트병에 물을 채워왔다. 그런데 그 수돗가는 사실 동네 어르신들이 아침저녁으로 식수를 받는 약수터였다. 아이들이 새치기도 불사하는 바람에 어르신들의 순서가 자꾸 밀려났다. 얼굴이 화끈거려 내 아이를 한쪽으로 데려가 혼을 냈다. 아이는 제 나름의 고집을 부리며 짜증을 냈다. 다른 아이들의 보호자들은 대부분 벤치에 앉아 스마트폰을 하고 있었다.

그때 한 어르신이 호통을 쳤다. "먹는 물 아까운 줄 모르고 저렇게 장난을 치다니. 저런 건 부모가 안 된다고 가르쳐야 해. 부모들은 대체 뭐하는 거야?" 그러더니 아이와 함께 서 있는 나를 쳐다보는 것이었다. 아이가 갑자기 내 손을 잡아끌며 집으로 향했다. 동네 어르신에게 혼나는 모양새인 엄마를 보니 갑자기 속이 상했나보다. 아이는 울기 시작했다. 나는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봤지? 네가 옳지 못한 행동을 하면 엄마가 이렇게 혼이 나는 거야." 아이는 점점 감정이 격해지더니 통곡을 했다. 그 어르신의 한 마디가 나의 백 마디 잔소리보다 더 강력한 훈육이었던 셈이다.

아이를 안아주고 진정시키니 아이는 눈물을 닦으며 "다시는 안 그럴게요"라고 사과했다. 그리고 저녁 내내 착한 어린이가 되는 것이었다. 그날 나는 부모로서의 부끄러움과 뭔지 모를 감사한 마음이 동시에 밀려들어 아이를 키우는 방식에 대해 한동안 고민했다. 기고자 : 황수아 2022 조선일보 신춘문예 희곡 당선자
장르 : 고정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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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그림/사진 유무 :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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