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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연구원, 기업·직장인 조사

지난해부터 대기업 사무직을 중심으로 MZ세대(1980~2000년대 초반 출생)가 주도하는 별도 노조 설립 움직임이 일고 있는 가운데, 이 같은 현상이 가속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MZ세대 노조는 기성 노조의 투쟁·파업 중심 활동 대신 '공정'과 '투명성'을 지향하며 회사 조직에 변화의 바람을 일으키겠다는 목표를 내걸고 있다. 하지만 MZ세대 노조가 청년 일자리 창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전망도 동시에 나오고 있다. 노조라는 특성상 기업 경영 효율성을 떨어뜨리고 이는 일자리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한국노동연구원 이장원 연구위원이 50인 이상 사업체에 다니는 2030 직장인 500여명을 조사해 발표한 'MZ세대 노사 관계 의식 특징과 시사점' 연구에 따르면, 조사 대상의 80.2%가 "MZ세대 노조 운동 트렌드가 한동안 지속할 것"이라고 답했다. MZ세대만의 노조가 필요한지 묻는 질문에선 전체 조사 대상의 84.4%가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보고서는 "몇 개 기업에서의 돌출적인 움직임이 아니라 MZ 노조의 사회적 분위기가 상당 기간 지속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이 연구위원은 "MZ 노조 설립 움직임엔 20·30대 사이에 평생 직장 의식이 낮아지고 공정한 보상 욕구가 커지는 경향이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주요 대기업에서는 MZ세대 노조가 속속 설립되고 있다. 지난해 3월 LG전자에서, 4월에는 현대차에서 MZ세대가 주축이 된 사무직 노조가 출범했다. MZ세대 노조 운동은 정규직 전환이나 고용 안정을 주로 내세우던 기존 노조 활동과도 구별된다. 이들에게 노조 활동의 주안점을 어디에 두는 것이 바람직한지 물었더니 '임금 인상 및 근로 조건 개선에 치중해야 한다'는 응답이 41%로 가장 많았다.

하지만 MZ 노조의 활동이 이미 취업에 성공한 청년들의 일자리 질을 높이는 반면 신규 채용을 위축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노조가 늘면 해고가 어려워지고 경영 효율이 떨어져 청년 일자리가 줄어들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달 발간된 한국노동연구원 김세움 연구위원의 '향후 청년 일자리 변화와 대응' 보고서에 따르면, 특정 사업체의 35세 미만 청년 근로자의 비율은 사내 노조 수가 1개 늘어날 때 2.27%p, 노조 가입률이 1%p 상승할 때 0.03%p 감소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제1노조 외 노조 조합원 비율이 1%p 높아질 때도 0.11%p 감소했다. 이는 연구진이 2005년부터 2017년까지 격년으로 이뤄진 노동연구원 사업체패널조사 등을 토대로 분석한 결과다. 사업체패널조사는 국내 상용근로자 30인 이상 규모의 사업체 중 표본을 추출해 경영·고용 현황 등을 조사하는 통계 자료다.

노조 수 및 노조가입률 증가는 청년 정규직 신규 채용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분석됐다. 사내 노조 수가 1개 늘어날 때 정규직 신규 채용 비율이 3.02%p 줄고, 노조 가입률이 1%p 상승할 때 0.06%p, 제1노조 외 노조 조합원 비율이 1%p 늘어날 때 0.05%p 줄었다. 김세움 연구위원은 "MZ세대 노조가 설립되면 이미 입사에 성공한 청년 근로자에게는 유리하나 외부 구직자의 입사 관문을 지금보다 더 좁힐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 지난해 한국노총이 산하 596개 노조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복수 노조 사업장 비율은 전체의 40.1%에 달했다.

김 연구위원은 "MZ 노조의 설립 기치인 '공정성 제고'가 조직 내부자에게만 적용되고 대기업 등 질 좋은 일자리에 대한 취업 장벽을 더욱 높이는 작용을 하지 않는지 민간과 정부가 함께 모니터링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래픽] "MZ만의 노조 필요한가" 연령별 설문 기고자 : 손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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