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종이신문보기

獨문화원서 홀로코스트 추모 행사 피해·가해국 손잡고 추모시 낭송
독일 대사 ＂유대인 혐오 나타나면 언제, 어디서든 행동에 나서야＂

"우리는 각자 이름이 있다 신께서, 부모님이 주신/우리는 각자 이름이 있다 우리의 위상과 미소로 주어진…." 나치 만행으로 희생된 홀로코스트 희생자들을 기리며 이스라엘의 시인 젤다 미시코브스키가 쓴 추모시 '우리 각자는 이름이 있다'가 낭송됐다. 유대인 수난과 한의 정서가 깃든 드미트리 쇼스타코비치의 피아노 3중주가 연주됐다. 27일 서울 용산구 주한 독일문화원에서 국제 홀로코스트 희생자 추모의 날 기념식이 열렸다.

2차 세계대전이 막바지로 치닫던 1945년 1월 27일 아우슈비츠 강제수용소에 갇혀 있던 유대인과 양심수, 소수자들이 죽음의 문턱에서 풀려났다. 600만여 명이 희생된 다음이었다. 이후 이날은 홀로코스트 희생자 추모의 날로 기념돼 왔고 2005년에는 유엔총회에서 국제 추모일로 채택됐다. 특히 가해국 독일과 피해국 이스라엘은 자국뿐 아니라 외교관 파견국에서도 주재국과 함께 추모 행사를 개최한다.

올해 행사도 코로나 방역 대책을 준수하며 열렸다. 아키바 토르 주한 이스라엘 대사는 "멀리 떨어진 이곳 동아시아에서도 홀로코스트의 남다른 역사의 의미를 알고 있다"며 "서울도서관 진열대에 '안네의 일기' 신간이 꽂혀 있고, (유대계 화가) 샤갈의 그림이 강남의 미술관에 전시돼 있는 것이 반가운 이유"라고 했다. 미하엘 라이펜슈툴 주한 독일 대사는 "당시 유대인을 상대로 상상을 초월하는 잔혹 행위들이 자행됐다"며 "국가로서의 독일은 물론 독일 국민 개개인도 잊히지 않고 되풀이되지 않도록 적극 노력할 책임이 있다"고 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국가권력에 의해 자행된 홀로코스트 유사 사건들을 강력하게 규탄한다"며 "자기 합리화에 급급한 가해 국가들의 통절한 반성과 사과가 있어야만 갈등이 해결되고 새 역사의 장을 열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독일과 이스라엘은 최근 반(反)유대주의 확산세에 대한 강력한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양국 대사의 발언에도 엄중한 상황 인식이 엿보였다. 토르 이스라엘 대사는 쇼아(Shoah·히브리어로 '참사' '대재앙'이라는 뜻으로 홀로코스트를 일컫는 말)는 여전히 우리 존재의 핵심"이라고 했고, 라이펜슈툴 독일 대사는 "언제든, 어디서든 반유대주의가 나타나면 목소리를 내고, 스스로 더 공부하고, 행동에 나서야 한다"고 했다. 두 나라는 최근 유엔에서 홀로코스트 부정과 왜곡에 대한 규탄결의안이 만장일치로 채택될 수 있도록 힘을 모았고, 채택 뒤 양국 외교장관들은 공동으로 환영 성명을 냈다.

이날 추모 행사는 외교적으로도 의미 있는 행사였다. 리합 알만수리 주한 아랍에미리트 대사대리가 귀빈으로 참석한 것이다. 팔레스타인 문제를 두고 오랫동안 적대 관계였던 이스라엘과 아랍에미리트는 2020년 국교를 정상화했다. 아랍에미리트 외교관이 이번 행사에 온 것은 처음이다. 알만수리 대사대리는 행사의 대단원 촛불 점화식에서도 양국 대사, 오 시장, 한국·이스라엘·독일 청소년과 함께 추모 촛불을 밝히며 고인들의 안식을 기원했다. 기고자 : 정지섭 기자
본문자수 : 1484
표/그림/사진 유무 : 있음
웹편집 :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