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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세제 실무를 총괄하는 기획재정부 세제실장이 경질될 예정입니다. 당사자인 세제실장이 사의를 표명하기도 했지만, 작년에 정부가 예상한 세수(282조7000억원)보다 실제 걷힌 세금이 341조원으로 60조원 가까이 많은 역대급 초과 세수가 발생한 직후라 문책성 인사로 보입니다. 홍남기<사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17일 기자들과 만나 "세제실 인력 칸막이를 낮추고 다른 부서와의 교류를 넓히겠다"면서 세제실에 메스를 들이대겠다고 했기 때문입니다.

후임 세제실장으로는 엉뚱하게도 기재부 내 대표적인 국제금융통인 국제경제관리관이 자리를 옮긴다고 합니다. 세제실은 못 믿겠으니 외부에서 수혈하겠다는 겁니다. 하지만,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4월 가입신청서 제출 추진과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국 지수 편입 추진 등 현안이 산적했는데 수장이 떠나게 되면서 국제금융국은 난리가 났답니다.

세제실장에 그치지 않고 국장급, 과장급 주요 보직에서 이른바 '세금통'을 빼고 경제정책국, 예산실, 대외경제국 등 다른 부서 간부들을 차출해 채울 예정이라고 합니다. 그야말로 '세제실 초토화'입니다. 초과 세수 문제로 담당 공무원이 책임을 지는 것 자체는 불가피합니다. 걷힐 돈을 제대로 예측했다면 발행하지 않아도 됐을 적자 국채가 늘어났습니다. 대선을 앞두고 사상 초유의 1월 추가경정예산 국회 제출을 요청하던 정치인들이 "거봐, 돈 남는다잖아"라고 닦달할 수 있는 빌미도 줬습니다.

한 대학 경제학 교수는 "홍 부총리가 세제실 출신 직원들에게 악영향을 주는 충격 요법으로 본인 위기를 모면하려는 것"이라고 합니다. 기재부 직원들 사이에서도 납득할 수 없다는 반응이 많습니다.

한 기재부 직원은 "지난해 국세 수입 예상치를 담은 예산안을 짤 때 분명히 홍남기 부총리와 1·2차관이 세제실 직원들의 상급자였다"며 "쇄신은 좋은데, 왜 쇄신 대상에서 홍 부총리 등 최고 책임자는 쏙 빠지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기업 최고경영자(CEO)가 결재한 일로 큰 사고가 났는데 담당 부서장만 옷을 벗고 정작 CEO는 책임을 피해가는 일은 민간 기업에서는 상상하기 어렵습니다. 홍 부총리 본인은 이 상황이 이해가 되는지 무척 궁금합니다. 기고자 : 정석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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