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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DI, 부동산·경제 전문가 설문

경제 전문가 절반 이상은 올해 전국 부동산 시장이 하락할 것으로 전망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지난해까지 가격 상승이 너무 가팔랐고 돈줄을 묶는 바람에 더 이상의 수요가 들어오기 어렵다는 이유다.

대표적인 국책 연구소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지난달 28일부터 30일까지 경제 전문가와 부동산 전문가 503명을 대상으로 올해 부동산 시장 전망을 조사한 결과다. 매매 가격에 대해 '하락', '보합', '상승'할 것으로 보는 응답 비율이 각각 51.3%, 18.3%, 30.4%를 기록했다고 27일 발표했다. 절반이 넘는 전문가들이 올해 하락을 점친 것이다. 응답자들은 '소폭 하락'(-5~0%)할 가능성을 가장 높게 전망했다. 하락 전망은 수도권이나 비수도권 모두 비슷했다.

◇국내 부동산 전문가 망라한 설문조사

503명의 전문가 설문이라는 점에서 공신력이 있다. 이들은 교수 및 연구원 268명, 금융기관 종사자 75명, 건설업 관련 종사자 160명이다. 교수 및 연구원과 금융기관 종사자는 경제 전문가로, 건설업 관련 종사자는 부동산 전문가로 분류됐다. 송인호 KDI 경제전략연구부장은 "국내 부동산 전문가 중 가장 많은 모집단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라며 "두 그룹 간에 큰 차이는 발견되지 않았지만 부동산 전문가들이 현업에 종사해 시장 흐름에 조금 더 민감하게 반응하고, 경제 전문가들이 중·장기 트렌드를 중시하는 정도의 차이는 있었다"고 설명했다.

매매 가격 하락 전망의 이유로 전문가들 31.7%는 '주택 매매 가격 고점 인식과 단기 급등에 따른 조정'을 꼽았다. '금리 인상'과 '금융 규제'는 각각 28.5%, 19.3%를 차지했다. KDI 관계자는 "전문가들은 대선과 코로나19 등의 영향은 매우 미미할 것으로 내다봤다"고 전했다. 주요 대선 후보들이 여러 부동산 공약을 쏟아내고 있지만 대부분 실현 가능성이 떨어지고, 시장 참여자들도 이를 알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신규 공급 물량 부족 같은 이유로 상승을 점친 전문가들도 있다. 이들은 서울과 비수도권이 각각 다른 이유로 매매 가격이 상승한다고 전망했다. 서울에서는 '신규 공급 입주 물량 부족'(31.1%)이, 비수도권에서는 '세제 강화에 따른 기존 매물 감소'(24.3%)가 가장 크게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응답했다.

◇전세는 "5% 오르거나 내릴 것"

올해 전세 가격은 -5%에서 5% 사이에서 움직일 것으로 내다본 전문가가 많았다. 경제 전문가의 64.0%, 부동산 전문가의 72.8%가 이렇게 예상했다. 상승을 예상한 전문가들은 '주택 매수 심리 위축으로 전세 수요 증가'(30.0%), '임대차 3법, 거주 의무 강화에 따른 전세 매물 부족'(29.1%) 등을 주된 요인으로 꼽았다.

비수도권은 하락 가능성이 높지만 서울은 상승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서울의 전세 가격 상승 요인으로 '임대차 3법, 거주 의무 강화에 따른 전세 매물 부족'(30.1%), '신규 물량 부족'(21.3%)이 꼽혔다. 올해 7월에 계약갱신청구권이 적용된 전·월세의 만기가 도래함에 따라 이를 기점으로 임대 시장이 요동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작년에 시행된 정부의 주요 부동산 정책이 향후 시장 안정 효과를 낼지에 대해서는 부정적('매우 낮음'+'낮음') 의견이 높게 나타났다. 매매 시장에서 효과가 낮을 것이란 응답이 58.6%였고, 전세 시장은 68.2%였다. 정부 부동산 정책의 전세 시장 안정 효과가 높다('높음'+'매우 높음')는 응답은 13.1%에 그쳤다.

◇"세금 폭탄, 대출 규제 완화해야"

향후 매매 시장 안정을 위해서는 금융규제와 세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다수를 차지했다. 주택담보대출비율(LTV),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등의 금융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43%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내 집 마련을 쉽게 해줘야 한다는 것이다. 취득세, 보유세, 양도소득세 등의 세제에 대해서는 모두 '완화'를 선택한 응답자가 50% 내외의 비율로 가장 많았다.

[그래픽] 전문가들의 올해 집값 전망 기고자 : 김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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