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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워싱턴 정가(政街)에 '계급 전쟁(class warfare)'과 '큰 정부'의 시대가 돌아왔다.

버락 오바마(Obama) 미국 대통령은 26일 의회에 내년도 예산안을 보고하면서 앞으로 10년간 6340억달러(약 972조원)를 투입해 전 국민이 의료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오바마 행정부는 또 지난해 10월 1일 시작해 올해 9월 마감되는 미국의 2009 회계연도 예산에 경기부양과 금융시스템 안정을 위한 항목을 추가, 총지출 규모를 3조9400억달러로 늘려잡았다. 이에 따라 올해 재정 적자 폭은 작년보다 4배가량 늘어난 1조7500억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이는 미 국내총생산(GDP)의 12.3%에 이르는 것으로 2차대전 이후 가장 높은 비율이다. 이런 적자 폭은 미 납세자 1인당 1만2000달러를 추가 부담해야 메울 수 있는 규모다.

◆고소득층과 기업에 증세

예산안에 따르면 오바마 대통령은 2011년부터 연간 소득 25만달러 이상 부유층(전 국민의 5%)의 소득세율을 35%에서 39.6%로 인상할 방침이다. 즉 경제가 회복될 것으로 예상되는 2011년부터는 부시 행정부에서 상위 고소득층 약 300만명에게 혜택을 줬던 감세(減稅) 조치를 철폐하고, 미국에 본사를 둔 다국적 기업, 월가 금융사, 석유사들에 대한 세율을 클린턴 정부 시절 수준으로 복귀시키겠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앞으로 10년간 1조달러의 재원을 추가 마련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돈으로 6340억달러 규모의 '건강보험 개혁 리저브 펀드(health reform reserve)'를 조성해 전 국민 가입 의료보험의 기초를 닦겠다는 구상이다. 6340억달러는 현재 4800만 건강보험 미가입자들에게 보험 혜택을 제공하는 데에 드는 비용의 절반 정도에 해당한다.

오바마 대통령의 이 같은 정책에 대해 당장 공화당은 "정부와 민주당이 '세금을 걷고 지출하는(tax-and-spend)' 과거의 습관으로 돌아왔다"고 비판했고, 공화당 하원 원내대표 존 베너(Boehner) 의원은 "큰 정부의 시대가 돌아왔다"며 "민주당이 국민들에게 돈을 내라고 한다"고 비판했다. 메릴랜드대(칼리지 파크 소재)의 피터 모리치(Morici) 교수는 "오바마는 로빈 후드(부자의 재산을 훔쳐 가난한 자들에게 나눠준 영국 민담 속 인물)가 되고 싶어하는 것 같다"고 워싱턴포스트에 말했다.

◆재정 적자 감소는 향후 경기에 달려

올해 재정 적자가 크게 늘어나는 것은 경기 부양과 금융시스템 안정을 위한 재원이 많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동시에 오바마 대통령은 자신의 임기 중 청사진을 제시하면서 부자에 대한 증세, 의료보험 확대 외에도 탄소배출권 거래 계획을 분명히 밝혔다. 반면 이라크·아프가니스탄전쟁 수행비용은 계속 절감해 올해 1410억달러에서 내년엔 1300억달러, 2011년에는 500억달러로 줄여나간다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세수를 늘리고 지출을 줄여 2013년에는 적자를 GDP의 3% 수준인 5330억달러로 축소한다는 계획이다.

오바마 행정부는 재정 적자 규모를 계산하면서 올해 경제성장률은 －1.2%로 떨어지지만 내년에는 3.2%의 성장으로 돌아서고 이후 3년간 4% 이상의 성장세를 전제로 했다. 그러나 미국 내 많은 경제학자들의 전망은 2013년까지 성장률이 기껏해야 2.9%를 넘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뉴욕 타임스는 27일 보도했다.

[그래픽] 오바마의 세제개편안

기고자 : 박종세 김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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