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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방의 이라크 무장해제가 착착 진행되고 있다.

걸프전 종전 1주년인 지난 2월까지 이라크와의 줄다리기에 매달려왔던 서방은 3월들어 이라크의 대량살상용 무기를 차례차례 제거해 나가고 있다.

한때 난항에 부닥쳤던 이라크 무장해제의 본격화는 미국의 군사위협과 iaea의 현지사찰이 만들어낸 합작품이다.

iaea는 지난 11일까지 이라크가 보유중인 화학 로켓탄 4백개중 3백60개를 제거한데 이어 탄도미사일의 해체를 시작했다. iaea는 또 25일 이라크의 핵무기를 오는 4월초부터 iaea의 직접 감독하에 폐기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에앞서 서방측은 지난 여름 이라크가 상당수의 스커드 탄도미사일 등 대량 살상무기들을 파기한 사실을 확인한데 이어,지난 20일 이라크로부터 스커드미사일 생산설비의 폐기와 무기계획의 공개약속을 받아냄으로써 이라크의 비핵화라는 전략목표에 한발 다가섰다.

소 해체 핵기술 유출

이라크의 군비중 미국이 가장 염려했던 것은 핵무기였다. 이라크의 핵보유는 중동뿐 아니라 냉전이후의 세계질서 재편의 가장 위협적인 요소였기 때문이다. 더욱이 소련의 해체로 핵기술 유출 우려가 고조된 상황에서 이라크가 핵을 보유하게 되면,북한과 리비아 등 잠재적 핵보유국의 핵개발 의도를 고무할 것이 확실하다. 그럴 경우 석유에 대한 접근보장 지역 패권의 방지 지역 강대국간의 동맹방지 등 미국의 중동 전략목표 달성 역시 어려워진다.

때문에 미국은 그동안 이라크의 핵 야심을 근절하기 위해 여러차례에 걸쳐 이라크에 대한 재공격을 경고해왔다. 그리고 실제로 미국은 이라크의 핵시설에 대한 제한공격을 위해 현재 걸프지역에 육해공군 등의 전력을 배치해두고 있다.

병력은 각각 해군 1만3천,육군 3천,공군 4천5백,해병대 2천2백여명 등이며,사우디와 쿠웨이트 터키 등지에는 f15e f16 a10 등의 전폭기들이 주둔하고 있다. 한편 지중해와 홍해 그리고 페르시아만 등지에 모두 34척의 전투선단이 머무르고 있다.

그러나 일부 서방군사전문가들은 이라크의 핵무장해제는 아직까지 안심할 수 없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지하로 숨어든 핵시설에 대한 완전한 검증이 사실 어렵다는 것이다. 유엔사찰팀이 이라크 현지에서 확인한것은 바그다드와 이라크북부 모술 등지에 있는 1백여개의 핵개발 시설과 이라크가 최근 공중에서 투하할 수 있는 핵폭탄을 개발했다는 서류정도. 그러나 그 구체적인 진상은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 또한 서방측이 당초 의심했던 핵기폭장치 또는 핵농축기술 개발 등에 대해서는 밝혀진 것이 거의없다.

이라크의 핵개발 수준을 확실히 파악하기 위해서는 사실 이라크의 협력이 필수적이다. 총 35명밖에 안되는 iaea사찰팀이 사막과 산으로 이루어진 이라크를 이잡듯이 수색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라크는 이에대해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미국이 찾아내지 못한 시설을 굳이 공개할 이유는 없다는 것이다.

이라크 핵사찰은 또 후세인 대통령의 내부단속과 인접 아랍국들의 이라크 동정론으로 작은 벽에 부딪히고 있다. 후세인은 현재 비밀경찰을 동원,국내 핵기술자의 망명을 강력히 예방하고 있다. 그는 최근 이라크를 탈출한 2명의 핵과학자의 가족은 물론,그 사촌들까지 총살했다. 한편 이집트 시리아 등 다른 아랍국가들은 서방의 이라크 무장해제노력이 지나치다는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이들은 이라크가 불편한 이웃이기는 하지만,최근 중동 패권 추구에 나서고 있는 이란에 대해 완충역할을 기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서 우라늄 팔수도

이라크가 서방의 압력에 굴복,핵무기 제조를 위한 시설을 재건하지 못한다 하더라도 주변의 핵보유국으로부터 핵융합 물질을 얻어낼 수 있다는 점 역시 서방측에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이와관련,가장 못미더운 나라가 중국이다.

중국은 지금까지 무기제조가 가능한 우라늄을 핵개발국가들에 제공해왔다.

판매 대상국은 알제리 이란 리비아 파키스탄 등. 중국은 최근 서방의 압력에 못이겨 핵확산 금지조약(npt)에 서명키로 동의했다. 그러나 중국은 npt가입에 따른 의무보다는 외화벌이를 더욱 중요시하고 있다.

이라크의 핵무장 가능성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영국 정보부에 따르면 이라크는 걸프전 이전 상당량의 우라늄과 핵 전문가들을 요르단을 통해 알제리에 파견한 것으로 알려졌다. 알제리는 현재 수도 알제 남쪽 1㎞ 지점에 핵발전소를 건설하고 있으며 오는 95년까지 핵무기 개발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이라크가 이처럼 알제리의 핵개발을 지원하는 것은 핵의 공동개발과 공동사용이 그 목적이다. 다시말해 이라크의 핵무기 개발이 좌절될 경우에 대비,이라크를 지지하는 인접 아랍국의 핵무기를 활용하면 된다는 계산인 것이다.

현재로서 이라크는 더이상 핵개발 시설들을 은폐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그러나 미국에 의한 강제 무장해제 이후 후세인이 또다시 핵무기 개발을 시도할 가능성은 여전히 상존하고 있다. 때문에 이라크는 당분간은 미국 군사-외교의 문제아로 남게될 전망이다. <김성용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