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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를 두려워하는 사회는 발전을 기약하지 못한다. 이번 총선을 통해 나타난 새로운 정계판세와 국민당의 부각 역시 변화를 촉구하는 국민의 바람과 무관하지 않다. 총선과정의 주요 이슈가 경제와 민생에 모아졌었다시피,이제 새 정치권과 정부가 대처해야 할 최대 현안의 하나는 바로 경제안정과 활력의 회복작업이다.

이 중요한 현안에 대응하기 위해서 우리는 4년전의 실패경험을 되살려야 한다. 최초의 여소야대라는 정치구도의 변화를 수용하고 발전의 동인으로 만드는 지혜가 우리에게 모자랐기에 우리는 4년동안 많은 시행착오를 거듭했고,비싼 비용을 물게 되었다. 작금의 상황은 그때와 물론 다르지만,변화를 수용하는 지혜의 필요성은 더욱 간절해졌다. 우리의 안팎 사정이 그만큼 더 엄중해졌기 때문이다.

이 어려운 경제적 전환의 시기에 가장 긴요한 것은 정치권과 행정부-산업계가 상황인식과 문제의식의 파악에서 최대한의 공유점을 찾아내는 일이다. 정치판도의 변화는 자칫하면 경제의 정치화와 정략무기화를 촉발하게 되며,우리는 그것을 이미 4년 동안 경험했고 지금도 그 실패의 유산을 안고 있다. 이같은 어리석은 실패는 다시 반복되어서는 안된다.

각 정당이나 정파가 혁명적인 발전의 대안을 가지기 어려운 상황아래서라면 경제는 경제논리로 풀어져야하며,정치가 그것을 왜곡-지배하는 시대는 끝나야 한다. 새 정치권은 이같은 상황인식의 공유를 바탕으로 선의의 정책 경쟁시대를 열어가야 한다. 우리는 특히 총선후의 제반 정치상황과 정치일정에 비추어 경제의 정략화나 정경 혼돈이 재현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대선을 눈앞에 두고 있고 대기업을 배경으로 한 신당의 출현까지 겹쳐,자칫하면 우리는 지난 4년의 오류를 반복할지 모른다. 경제계와 국민들이 가장 우려하는 점도 바로 여기에 있다. 국민경제의 보전과 발전이 뒷전으로 밀리거나 당리당략과 정치적 영향력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상황이 재현된다면 우리는 더 이상 국제경쟁의 시대에 살아남지 못하게 될 것이다. 이 점에서 새 정치권의 깊은 통찰이 요구된다.

특히 새로이 정치권에 진입한 국민당은 이같은 시대상황의 인식과 대안의 제시에서 긍정적인 영향력을 발휘하는데 기여했으면 한다. 항간의 우려대로 발전을 위한 개혁을 거스르거나 특정 그룹이나 특정 계층의 이해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그것은 스스로 존재이유를 부정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이 나라의 경제발전을 치명적으로 손상하는 결과를 빚을 것이다.

그것을 막으려면 국민당은 이제 공당답게 모든 기존의 이해관계를 초월해야 하고 엄정한 정경분리의 원칙으로 돌아가야 한다. 기성-신진을 불문하고 정치권의 가치판단 기준이 국민경제 안정과 발전으로 수렴되지 않는 한,정치분열과 경제정체는 피할 수 없는 귀결일 수밖에 없다. 생산적이고 경제발전에 기여하는 정치,이것이 이번 선거의 진정한 국민 메시지임을 정치권은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