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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자당은 총선 패배의 책임 문제를 놓고 너에게 있다 내게 있다 당내에 있다 당외에 있다 며 내분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총선 패배라는 엄청난 실책을 보였으니 당으로서 책임 문제가 제기됨은 당연한 일이기도 하다. 당차원에서는 1차적으로 김영삼 박태준 김종필 세 최고위원이 책임을 벗어날 수 없을 것이다. 지분 싸움으로 당선 가능성이 높은 인사보다 내 계파 밀어주기를 우선시켰고,총선의 와중에서 조차 대권이 어떠니 내각 책임제가 어떠니 하는 등의 갈등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는 점에서 그렇다.

그러나 정국의 색채가 크게 달라진 이 시점에서 우리의 관심사는 3최고위원의 책임 경중이나 당내 실무자들의 인책 여부 등이 아니다.

문제의 보다 핵심적인 접근은 대통령이 이번을 계기로 정국운영의 발상을 전환할 필요가 있지 않겠느냐는 점이다. 총선의 패배는 정부-여당의 무능과 우유부단,민생을 외면한 대권싸움,잦은 정책변경에 의한 혼란,현실성 없는 경제정책으로 인한 생활고 등이 겹친데서 오는 중산층의 실망에 큰 원인이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살기가 더 어려워졌고 무엇 하나 시원히 되는게 없다 는 시민들의 불만이 이런 분석을 낳고 있다. 그렇다면 대통령은 물가문제는 누구에게 책임을 묻고,부동산 값 폭등은 누구에게 책임을 지운다는 식의 국소처방이 아니라 대권후계에 대한 구상,정책결정의 시의성,인사정책의 적절성 여부 등 통치방식의 재점검 필요가 있을 것이다.

잔여 임기를 불과 1년여 남겨놓고 있는 대통령으로서는 앞으로 4년간을 보장받고 있는 의원 중심의 당과 국회에 대한 영향력이 현저히 줄어들 수 밖에 없다. 대통령의 영향력이 감소하는 것만큼 3두체제의 3파 병립운영은 헤게모니 쟁탈을 위해 내분의 격화를 초래할 여지가 많아진다. 3당 병합에 따른 응급조치로서의 3파 체제를 새 각도에서 재조명해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민자당은 이번 총선 패배의 원인중 하나로 안기부 직원의 흑색개입을 들고 있다. 안기부는 국가안보 문제라는 본연의 업무에만 전념토록 하겠다는 것이 정부-여당의 약속이었고,안기부 스스로의 다짐이었다. 그럼에도 안기부의 총선 관여흔적은 몇 곳에서 노출되었다. 왜 안기부의 정치관심이 그렇게 클까.

대통령을 중심으로 한 공천 결정과정에 안기부장이 참여토록 선거정국이 운영됐기 때문이다. 공천자 결정을 위한 몇 안되는 고위회합에 안기부장이 참석하고 있으니,참석해선 의견을 말해야 했을 것이고,부내의 어떤 부서에서 이를 뒷받침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안기부의 정치중립이 어려웠을 것임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이런 모든 사례와 관행들에 대한 시정은 대통령의 발상 전환으로만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