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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만9백48명. 전체 부재자 투표인수 75만6천8백32명의 73.7%. 총유권자 2천9백만3천여명의 1.9%. 선거구마다 골고루 분포돼 있다고 가정하면 선거구당 2천명이 넘는 군부재자 투표인수다. 이 군부재자 투표가 이번 총선에서 후보개개인의 당락을 넘어 정국의 향배를 가르는 판도라의 상자 로 떠올랐다.

근소한 차이나마 시종 우세를 보이다 마지막 부재자 투표에서 분루를 삼켜야 했던 한 야당후보. 그가 선거 무효소송을 제기하려는 것은 군부재자 투표에 대한 의구심 때문이다. 그를 포함해 군부재자 투표에 이상이 있다고 믿는 사람들은 구체적으로 통계수치를 들이댄다.

총유효투표중 민자당 지지율이 38.5%에 그쳤는데,어째서 부재자 투표에선 이보다 8.5%포인트가 높은 47.0%나 됐느냐는 의문이다. 이에대해 군당국은 천만의 말씀이라며 펄쩍뛰고 있다.

전국적으로는 47.0%이지만 광주 22.9% 전남 29.9%였고 전북도 35.5%에 불과했다는 반론을 내놓고 있다. 또 공교롭게도 막판 부재자 투표에서 표가 적게 나와 낙선한 야당후보가 돋보여서 그렇지,사실 호남이외 지역에서도 부재자 투표의 민자당 후보 지지율이 야당후보보다 낮았던 곳도 많았다고 강조하고 있다.

그렇다해도 서울 부재자투표의 민자당 지지율이 지난해 광역의회 의원선거때보다 무려 17.6%포인트나 높아진 이유는 어떻게 설명할 수 있느냐는 것이 야당측의 지적이다. 불과 9개월만에 젊은 병사들의 시국판이 크게 바뀐 탓일까.

이번 선거에서 군부재 투표에 부정이 있었는지를 단언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선거때마다 어김없이 시비대상이 돼 온 군부재자 투표의 절차와 방법 등 제도를 뜯어 고쳐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그리고 그런 주장은 군내부에서도 공감대를 넓혀가고 있기도 하다.

최세창 국방부장관이 최근 측근들에게 군부재자 투표가 야당으로부터는 부정선거의 대명사로 매도되고,여당엔 선거패배의 핑계거리가 된 현실을 개탄하면서 제도보완을 지시한 것은 그런 분위기를 반영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일부에서는 외부참관 을 필수화 한다거나 부대밖에서 투표를 실시하는 등의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한편에서는 시간-인력-비용면에서 부담이 크고,부대상황 등 군사비밀이 노출될 우려가 있다는 반론이 거센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러나 그런 불편이 과연 현재의 제도를 고수함으로써 되풀이되는 군민간의 갈등같은 폐해보다 훨씬 큰 것일까. 군의 냉정한 판단이 필요한때다. <방준식 사회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