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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마 다행이다"

3 24총선 부진의 인책문제를 둘러싸고 이견을 보이는 민자당의 각 계파는 26일 공개적인 태도표명을 하고나서 내분이 심화되는 양상을 보였다.

김영삼 민자대표 최고위원은 26일 당사에서 3 24총선의 패인분석과 대책마련에 대한 생각의 일단을 기자들과의 일문일답을 통해 밝혔다. 이날 오전 당사에 출근한 김 대표는 기자들의 질문공세에 굳은 표정으로 대답을 않다가,당직개편 여부를 묻는 대목에서 상기된 얼굴로 "당3역 교체는 절대로 없다"고 일축하며 말문을 열었다.

다음은 문답요지.

-당 3역을 포함한 당직개편을 하는가.

"3역 교체는 절대 하지않을 것이다. 3역은 책임도,책임질 이유도 없다. "

-그렇다면 선거패배의 책임은 누구에게 있다고 보는지.

"그것을 모르는 사람이 어디있나. 알면서 물어보는건가. 그같은 악조건에서 30%나 40%정도의 의석을 차지하지 않은게 다행이다. 과반수에서 한석 모자르게 얻은것도 행운이다. 무소속이 곧 몇명 들어오게 돼있다. 여소야대는 아니다. "

-악조건이란 구체적으로 무엇을 지목하는지.

"모두들 알것 아닌가. 한 다섯가지 되지않나?""

-5월 전당대회는 예상대로 치러지게 되는가.

"당연하다"

-총선패인 가운데 하나가 총선 전 전당대회로 대권후계 구도를 확정하지 않은데 있다고 보는가.

"그것이 바로 제일 중요한 원인이다. 말만으로 당의중심 이 되나. 그나마 부산-경남지역의 압승이 없었으면 우리당의 의석비율은 30% 수준으로 내려갔을 것이다. "

-3역교체를 하지 않은 상태에서 당을 수습할 복안은 있는지.

"있다. 어제 김대중 민주당 대표와 통화,앞으로 잘 협의해서 문제들을 풀어나가자고 했다. 정주영 국민당대표에게도 전화했는데 취침중이라 바로 통화는 못했고,오후에 정 대표가 전화를 걸어와 같은 얘기를 했다. "

-전당대회에서 후보결정이 경선에 의해 이뤄질 것으로 보는지,아니면 추대로 될 것으로 보는지.

"그만하자. 오늘은 말을 너무 많이했다. "

"책임회피는 안해"

이같은 김 대표의 격앙된 모습에 그의 측근은 "물론 김 대표도 선거부진의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며,김 대표의 이날 언급이 책임회피 를 뜻하는 것은 아님을 설명. 이 측근은 김 대표가 총선결과가 확정된직후 "이번 총선에서 나타난 민심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 말하며 과반수 획득에 실패한데 대한 책임의사를 밝혔다고 전언.

김 대표 자신 또한 "선거부진의 책임이 지도부에 있는 것이지 실무를 맡았던 당3역에 있는 것은 아니다"며 오전의 3역교체 불가 방침천명의 배경을 부연. 그러나 김 대표의 한 측근은 "최근 당내 상황 등을 지켜볼때 선거패배의 책임을 정말로 져야할 쪽이 교묘한 방법으로 ys와 당집행부에 책임을 씌우려하고 있다""고 말해,김 대표의 심기가 불편한 것만큼은 사실임을 설명.

이 측근은 "선거기간중 ys를 노골적으로 비난,내부분열상을 드러낸뒤 개표결과가 채나오기도 전에 주변인물들을 불러모아 ys공격 계획을 세운 사람이 누구냐"며,박태준 최고위원을 겨냥하기도. 이는 박 최고위원이 25일 새벽 귀가한뒤 26일까지 당사에는 나오지 않은채 오유방의원 등과 연쇄접촉을 가진 사실을 지목하는듯.

이 측근은 또 박 최고위원이 총선결과와 관련,지도부 공동책임론을 펼치며 뒤늦게 최고위원직 사퇴의사를 표명한 것도 ys를 겨냥한 물귀신작전 이라고 해석. 김 대표측은 또 반ys세력의 지도부와 3역 퇴진 주장도 노리는 목적은 김 대표와 김윤환총장 라인으로 구축돼 있는 당운영 체제를 흔들려는 시도로 받아들이는 모습.

이번 선거에서 자파의석 절반 이상을 잃어 지분을 거의 상실한 김종필 최고위원은 이날도 청구동 자택에 칩거하며 계속 두문불출.

김 위원은 선거후 지금까지 책임을 지고 사퇴한다 는 내용의 최고위원 사퇴서를 김동근 비서실장을 시켜 청와대에 전달할 것이 유일한 의사표시.

이날 청구동엔 최각규총리,김동환의원,김광수 전국구 당선자와 낙서한 신오철 김문원의원 등이 찾아와 김 위원을 면담.

이들은 김 위원이 외부상황 추이에 관심을 보였으나 "선거에 졌으니 응분의 책임을 지겠다"는 말외엔 침묵을 지켰다고 전언.

김 위원의 측근은 "jp(김 위원)가 사퇴서를 낸만큼 이 문제가 결말이 날때까지는 당사에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밝혀 청구동 칩거가 계속될 것임을 시사.

박,경선전략 구체 모색

총선결과를 지켜보다 25일 새벽에 귀가한 박태준 최고위원도 이날까지도 당사에 모습을 보이지 않은채 당사밖에서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박 최고위원측은 박 위원의 소재를 집 이라 했다가 제3의 장소 라고 하는 등 박 최고위원이 어디에 있는지조차 밝히지 않는 모습.

다만 25일에는 정석모의원 및 오유방의원 등 민정계 인사들과 연쇄접촉을 가졌음을 확인하고 있을뿐.

박 최고위원은 이들과 총선이후의 정국,특히 대권문제와 관련된 각종 변수들을 점검하고 대책을 숙의하고 있다는 후문.

박 최고위원은 총선이전부터 "경선이 아주 중요하다"는 말을 누누이 해왔고 총선이후 민정계가 구심점을 잃고 방황할 경우 자신이 구심력을 맡을 수도 있다는 암시를 수 없이 해온게 사실.

따라서 당내 일부 관측통들은 이미 박 최고위원이 그같은 구상을 행동에 옮긴 것으로 보고 있으며,이날의 사의표명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하기도. <양상훈-김교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