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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생 전화가 왔다. 경상도 남자는 대화를 잘 하지 않는다. 부자지간이 제일 말이 없다. 형제 사이는 둘째로 말이 없다. 전화는 더 없다. 경상도 남자 친족 사이 카톡도 아니고 전화가 온다면 큰일이 생겼다는 이야기다. 큰일이었다. 코로나 이후 가본 적이 없는 가족여행을 가자는 것이었다.

"당연히 패키지 여행이지?" 당연히 물었다. "재미없으니 차를 빌리자." 동생이 답했다. 나는 패키지가 싫다. 부모님 모시고 가기에 패키지만 한 건 없다. 부모님과 자유여행을 가면 당신은 1인 4역이 되어야 한다. 아들, 비서, 통역 그리고 '감정 경찰'이다. 감정 경찰은 부모님이 "음식이 달다(짜다). 이 돈이면 집에서 해 먹는 게 낫다. 이거 한국 돈으로 얼마냐" 같은 말을 못 하게 막는 역할이다.

일본만 한 곳이 없었다. 대충 가깝고 대충 한국과 비슷해서 편하다. 일본 관광 영상을 보고 있는데 온천이 나왔다. 부모님은 온천을 좋아한다. 어머니는 나 혼자 튜브를 낀 채 부곡 하와이 온천물 수영장을 도는 동안 중앙 무대서 나훈아 리사이틀을 봤다. 1980년대 가정교육은 대담했다.

영상에서 온천 원숭이가 등장했다. 순간 마음이 식었다. 일본원숭이에게는 계급이 있다. 계급 낮은 원숭이는 온천 입욕이 금지된다. 사실을 알게 된 후 나는 일본원숭이를 더는 편한 마음으로 볼 수 없게 됐다. 해달이 새끼 물범을 습관적으로 강간하는 동물이라는 사실을 알고 '보노보노'를 예전처럼 볼 수 없게 된 것과 마찬가지다.

아는 게 힘이라는데 아는 게 병인 시절이다. 알면 알수록 피하고 싶은 건 점점 늘어난다. 가장 알고 싶지 않은 건 사람의 내면 따위다. 총선 코앞 컷오프를 당할 정도로 지나치게 솔직한 정치인의 내면 따위 말이다. 그나저나 여러분은 가장 행복한 동물이라는 '쿼카'가 포식자에게 쫓기면 자기 새끼를 내어주는 습성이 있다는 사실을…. 기고자 : 김도훈 문화 칼럼니스트
장르 :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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