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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은 꿈과 현실 사이 어딘가… 방심은 금물, 길을 잃게 될테니

동인문학상 심사위원회(정명교·구효서·이승우·김인숙·김동식)는 3월 월례 독회를 열고 김초엽 장편소설 '파견자들'과 최진영 장편소설 '단 한 사람'을 본심 후보작으로 선정했다.

김초엽의 '파견자들'은 지구의 지상을 범람체(균류)가 뒤덮은 가상 세계를 배경으로 한다. 지하세계에 사는 주인공이 지상을 되찾기 위한 역할을 수행하는 '파견자'가 되고자 하는 이야기. 김동식 위원은 "범람체가 뒤덮은 지구 풍경에 대한 묘사, 지하에 쫓겨 내려가 사는 인간 세계 내부의 억압적 상황들, 녹색의 지상에 대한 형언할 수 없는 그리움 등 매우 탄탄한 구성을 갖춘 작품"이라고 했다. 김인숙 위원은 "낯선 세계의 낯선 존재들을 통해 질문을 던져 놓고, 그 질문에서 벗어나지 않는 길을 꿋꿋이 간다"며 "김초엽의 세계가 외부와 내부로 더 확장되고 있다"고 했다. 정명교 위원은 "과학소설의 정념은 '열린 마음과 경이감'이고, 자신을 개방해 나가는 것이 SF적 인물의 기본 자세"라면서 "한국 과학소설이 오래 횡보하다가 이제 본격적으로 발사대에 서게 됐다는 느낌"이라고 했다.

최진영의 '단 한 사람'은 나무의 연대기와 인간의 계보가 설화처럼 얽힌 소설. 열여섯 소녀가 마주한 운명을 보여주면서, 수많은 죽음 가운데 단 한 사람을 살려야 한다면 누구를 살려야 하는지 묻는다. 구효서 위원은 "소설을 펼치는 순간 독자는 유현(幽玄)한 세계에 빠져 꿈과 현실 사이로 난 환상의 길을 걷게 되며, 시간과 공간을 가늠하기 어렵게 될 뿐 아니라 기꺼이 중력을 잃는다"면서 "마법과도 같은 최진영의 문장 때문"이라고 했다. 이승우 위원은 "인간과 삶의 근본적 문제들에 소설로 정면 대응하는 소설이 귀해 누군가에게는 이 소설이 낯설 수 있다"면서 "인간의 가장 안쪽까지 깊이 파고들어가고, 신화의 숲으로 멀리 나아가고, 그리고 만물과 인간을 상호적으로 연결시킨다. 설화적 세계 안에 독자를 초대하고, 주문 같은 짧은 문장을 반복함으로써 독자를 사로잡는다"고 평했다. 심사평 전문은 chosun.com

[그래픽] 본심 후보작 선정 이유 기고자 : 황지윤 기자
장르 : 고정물
본문자수 : 1028
표/그림/사진 유무 :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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