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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콜 절반 줄고 무상수리 급증

지난해 국토교통부가 자동차 업체에 내린 '리콜' 결정 대상 차량은 169만1870대. 2022년(324만7296대)보다 48%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자동차 분야 리콜은 '안전에 지장을 주는 결함'이 발생한 차량에 대해 결함을 고치라고 국토부가 업체에 통보하는 제도다. 소비자들이 국토부와 한국교통안전공단에 제기하는 차량 결함 신고는 매년 6000~7000여 건으로 꾸준한데, 결함 대상 차량은 절반으로 줄어든 것이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해답은 '무상수리'에 있다. 한국교통안전공단에 따르면 같은 기간 무상수리 대상 차량은 224만8710대에서 360만2172대로 60% 이상 늘었다. 리콜과 달리 무상수리는 '안전에 지장을 주지 않는 하자'가 발생할 때 이뤄진다. 중증 고장인 리콜 대상은 줄고, 경증인 무상수리 대상은 늘어난 셈이다.

제조사 입장에선 반가운 결정이다. 리콜은 집행률을 분기마다 국토부에 보고해야 하지만, 무상수리는 보고 의무가 없다. 업체가 무상수리에 소극적으로 나서도 차주가 수리를 받는 데 적극적이지 않았다고 주장하면 제재할 방법도 없다.

업계에서는 정부의 리콜, 무상수리 결정에 대해 기준이 다소 불분명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대표적인 게 지난 14일 있었던 현대차·기아 전기차 17만대 리콜 사례다. 이는 지난해 초 차주들이 "속도가 갑자기 줄면서 차가 멈춰 선다"는 민원을 국토부 리콜 센터 등에 넣으며 시작된 사건이다. 당시 조사에 나선 국토부는 통합충전제어장치(ICCU) 소프트웨어 오류를 지적하며 지난해 7월 무상수리 결정을 내렸다. 그런데 같은 고장에 대해 지난 14일엔 리콜 결정을 내렸다. 국토부는 "작년엔 시동 꺼짐이 없는 것으로 판단됐지만, 올해는 가능성이 제기됐기 때문"이라고 했다. 같은 차량의 동일한 부품 고장을 두고 다른 판단을 내린 셈이다. 정부는 작년에는 발견하지 못하고 올해서야 감지했다고 주장했지만, 일각에선 미 도로교통안전국(NHTSA)이 조사에 나선 것과 연결 지어 해석하는 시각도 있다.

지난해 11월 있었던 현대차·기아 하이브리드 차량 23만대 무상수리 결정을 두고도 비슷한 지적이 제기된다. 이들 차량에서도 속력이 갑자기 줄어드는 현상이 발견됐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를 '안전에 지장을 주지 않는 하자'로 판단한 건 부적절해 보인다"고 주장했지만, 국토부는 "자동차안전연구원 조사와 심의위 결정 등을 따른 것"이라고 했다.

자동차 리콜은 자동차안전연구원이 안전 기준 관련 조사를 진행하고, 이를 기반으로 국토부 자동차안전·하자심의위원회가 리콜, 무상수리 등을 결정해 국토부가 최종 통보하는 구조다. 그러나 과거 조사 과정에서 '리콜' 판정이 내려졌음에도 심의 위원들이 이를 무상수리로 바꾸는 경우도 있었다. 지난 2020년 국회 국토교통위를 통해 차체 부식, 배기가스 실내 유입, 엔진 오일 감소 등이 발견돼 조사 과정에서 리콜 판정을 받았던 차량들이 심의에서 무상수리로 바뀐 게 알려졌다.

자동차 전문가들은 리콜 관련 결정 전반을 손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현재는 조사량이 많다는 이유로 주행 중 시동 꺼짐과 같은 위험한 사례가 보고돼도 바로 조사에 나서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게 전문가들 지적이다. 지난해 7월 ICCU 오류가 보고됐던 현대차·기아 전기차가 최초에 무상수리로 결정 났던 것도, 직접 조사에 나서지 않고 서면 등을 통해 팩트체크 식으로 조사했기 때문이란 분석도 있다.

☞리콜과 무상수리

리콜은 제품의 결함을 발견했을 때 소비자에게 알리고 수리·교환해 주는 소비자 보호 제도다. 자동차의 경우 국토부는 '안전에 지장이 있는 경우' 업체에 리콜을 하라고 통보한다. 업체는 리콜 상황을 국토부에 보고해야 한다. 반면, 무상수리는 '안전에 지장을 주지 않는 하자'가 발견됐을 때 이뤄진다. 리콜과 달리 업체가 정부에 진행 상황을 보고할 의무가 없다.

[그래픽] 리콜, 무상수리 대상 차량 기고자 : 김아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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