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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 풀어 상업지역 최대 3배로
서울시 강북권 대개조 계획 발표

서울시가 강북 지역의 상업용지를 2~3배 늘리기로 했다. 낙후한 '베드타운'인 강북에 고층 빌딩을 지을 수 있도록 상업용지를 확대해 기업을 유치하겠다는 구상이다.

특히 철도 차량 기지와 공공 부지 등을 규제 프리존인 '화이트 사이트(White Site)'로 지정하고 용적률 등 인센티브를 줘서 대기업까지 유치할 계획이다.

서울시는 26일 이런 내용의 '서울 강북권 개발 계획'을 발표했다. 지난달 발표한 영등포구 등 서남권 개발 계획에 이어 두 번째 '서울 대개조 프로젝트'다. 개발 대상은 종로구·중구·용산구를 뺀 강북 11구(區)다. 상업지역은 현재 519만3000㎡로, 강남권 1242만9000㎡의 42% 수준이다.

이미 현대산업개발이 노원구 광운대역 일대로 본사를 옮기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와 스타필드 등도 강북 이전이나 입주를 고민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26일 서울시가 밝힌 강북권 개발 대상은 도심인 종로구와 중구, 용산구를 제외한 한강 이북의 노원구, 도봉구, 강북구, 중랑구, 광진구, 은평구, 서대문구, 마포구 등 11개 구(區)가 해당된다. 이른바 낡은 '베드타운'으로 불리는 지역이다.

앞서 서울시는 소규모 공장과 철공소 등이 몰려 있는 서울 서남권에 준공업 지역을 줄여 첨단산업을 유치하겠다고 했는데, 강북권은 상업지역을 대폭 확대해 기업을 유치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상업지역의 면적을 제한하는 '상업지역 총량제' 규제를 풀 계획이다.

상업지역은 주거지역과 달리 30~40층 복합 빌딩을 올릴 수 있다. 강남 지역은 테헤란로와 여의도 등에 대규모 상업지역이 지정돼 있지만 강북은 그 규모가 절반에도 못 미친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강남과 강북의 격차 문제를 해결하려면 강북에 기업과 일자리가 생겨야 한다"며 "이를 위해 강북의 상업용지를 2~3배 늘려 강남 수준으로 맞출 것"이라고 말했다.

강북권에는 또 철도 차량 기지와 대규모 유휴(遊休) 부지, 역세권 등이 많다. 서울시는 이런 부지를 '화이트 사이트(White Site)'로 지정해 개발한다는 계획도 함께 밝혔다. 화이트 사이트는 싱가포르가 마리나베이 일대를 개발할 때 썼던 도시계획 정책으로 일종의 '규제 프리존'이다. 별도의 용도 지역 규제가 없는 백지(白紙) 상태에서 기업이 원하는 개발 계획을 추진할 수 있는 것이다.

화이트 사이트에 기업이 들어오면 용도 지역을 주거지역 등에서 상업지역으로 올려주고 용적률도 20% 더 주기로 했다. 사업자는 원래 개발 이익의 60%를 공공 기여분으로 기부채납해야 하는데, 그 비율도 50%로 낮춰줄 예정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지금 상태로는 강북에 투자할 대기업이 없다"며 "그래서 특혜 수준의 인센티브를 내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시는 이날 노원구 광운대역 일대와 창동차량기지 이전 부지, 중랑구 신내차량기지 일대, 은평구 서울혁신파크 부지, 마포구 수색차량기지·상암DMC 등을 화이트 사이트 예정지로 발표했다. 업계 등에 따르면, 광운대역 일대에는 현대산업개발이 이미 용산구에 있는 본사를 옮기기로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창동차량기지 이전 부지에는 복합 쇼핑몰인 스타필드와 셀트리온 등 바이오 기업 등이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노원구는 당초 이곳에 서울대병원을 유치하겠다고 했지만 사실상 무산된 것으로 전해졌다.

신내차량기지 일대에는 첨단산업 기업 단지를 조성할 계획이다. 서울혁신파크 부지는 당초 서울시가 강남 코엑스급으로 복합 개발하겠다고 발표했지만 부지를 민간 기업에 매각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한화가 이 부지를 사들여 R& D(연구·개발)센터를 짓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서울시 관계자는 "지금은 활용도가 떨어지는 부지들이 강북권을 일자리 경제 도시로 바꾸는 촉매가 될 것"이라고 했다.

강북권의 주거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재건축·재개발 규제를 완화하는 계획도 담겼다. 강북권에는 노원구 상계동·중계동·월계동, 도봉구 방학동·창동, 마포구 성산동 등에 대규모 노후 아파트 단지가 많다. 지은 지 30년이 넘은 아파트가 총 127개 단지, 10만4000가구에 이른다.

서울시는 지은 지 30년이 넘은 아파트의 경우 안전 진단을 통과하지 않아도 재건축 사업에 착수할 수 있게 해주기로 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재건축 사업에 걸리는 기간을 3년 정도 단축할 수 있어 사업성이 크게 개선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 고층 아파트가 많아 사업성이 떨어지는 노원구 등 아파트 단지는 용적률을 20% 올려 숨통을 틔워준다는 계획이다. 서울시는 강북권의 65개 단지, 4만2000가구가 혜택을 볼 것이라고 예상했다.

아울러 지하철역에서 350m까지 지역을 준주거지역으로 용도 지역을 상향 조정해 더 높은 건물을 지을 수 있게 하고 용도 지역 상향 조정 시 부담해야 하는 공공기여 비율도 현행 15%에서 10%로 낮춘다. 서울시 관계자는 "요즘 공사비 상승 등으로 주민들의 재건축 분담금 부담이 큰데 이를 덜어줄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고 말했다.

또 노후 주택 지역의 재개발 구역 지정 요건도 완화한다. 인접 도로 폭 등 지정 요건을 완화하면 강북권의 재개발 가능 면적이 286만㎡에서 800만㎡로 2.8배가 될 것이라고 서울시는 예상했다.

[그래픽] 서울시가 추진하는 강북 개발 계획 기고자 : 최종석 기자 박진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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