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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 금지 가처분 신청 안철수·심상정 손들어줘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가 설 전에 하려던 양자 TV토론이 26일 법원의 방송 금지 결정으로 무산됐다. 이에 따라 이·윤 후보는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와 정의당 심상정 후보가 참여하는 4자 토론을 하게 됐다. 지상파 3사는 네 후보 측에 오는 31일이나 내달 3일 4자 토론을 제안했다.

서울서부지법과 서울남부지법은 이날 각각 안철수 후보와 심상정 후보가 KBS·MBC·SBS 등 지상파 3사를 상대로 낸 '양자 TV토론' 방송 금지 가처분 신청을 인용했다.

두 재판부는 모두 TV토론이 유권자들의 후보 선택에 강력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토론회 대상자를 선정하는 언론사 재량을 제한해야 한다고 밝혔다.

서부지법 재판부는 안 후보가 공식 선거운동 개시 30일 전부터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평균 13.175% 지지율을 기록했고 최고 17% 지지율을 기록한 조사 결과도 있다면서 "안 후보를 토론에서 제외할 경우 국가 예산으로 선거 비용을 보전해주는 후보자를 토론에서 배제하는 결과가 발생할 수 있다"고 했다.

남부지법 재판부는 심 후보가 공직선거법상 법정토론회 대상 자격(국회의원 5인 이상을 보유한 정당 후보자 등)을 갖췄음에도 방송사들이 그를 배제했다며 "토론에 참석하지 못한 후보자는 선거운동 초반부터 군소 후보 이미지가 굳어지고 유권자들의 사표 방지 심리로 인해 향후 선거 과정에서 더욱 불리해질 우려가 있다"고 했다.

양자 토론이 무산되자 이재명·윤석열 후보는 법원 결정을 존중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후보는 "법률이 정하는 상식과 합리에 부합하는 방식으로 모든 후보에게 공평한 기회를 주는 다자 토론을 지금이라도 하면 좋겠다"고 했고, 윤 후보는 "국민께서 후보의 정견과 입장을 궁금해하기 때문에 어떤 형식의 토론이든 상관없다"고 했다.

안철수 후보는 입장문을 통해 "4자 TV토론을 즉시 추진하자"고 했다. 심상정 후보 측은 "가급적 설 연휴 기간인 31일에 토론회가 열리길 바란다"고 했다.

공식 선거운동 돌입 전 방송사가 주관하는 TV토론 방식이 양자에서 4자로 바뀌면서 애초 일대일 토론을 준비해왔던 이·윤 후보는 토론 전략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경기지사 출신인 이 후보는 검사 출신인 윤 후보를 상대로 민생 이슈와 미래 비전 등을 집중적으로 따져 물어 '유능한 행정가' 이미지를 강조하려 했다. 하지만 안철수·심상정 후보가 나올 경우 윤 후보와의 차별화가 여의치 않을 수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어느 후보에 대해서든 네거티브 이슈는 최소화하고, 다른 세 후보와 차별화한 공약을 유권자들에게 어필할 것"이라고 했다.

윤 후보는 이 후보와 양자 토론을 하면 대장동 의혹을 따져 물을 계획이었다. 국민의힘에선 "양자 토론을 통해 '검사와 피의자'의 구도를 만들자"는 의견도 있었다. 윤 후보 측은 또 각종 정책을 공격적으로 소개해 국정 운영 능력에 대한 의구심을 불식하겠다는 구상이었다. 하지만 후보 단일화 상대로 거론되는 안철수 후보가 토론에 합류하게 되면서 상황이 다소 복잡해졌다. 안 후보에 대해 공격을 하든 하지 않든 '후보 단일화'와 연결 지어 해석될 수 있다는 것이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현재 윤 후보 지지율이 높기 때문에 안 후보가 이 후보 못지않게 윤 후보에 대한 공격도 많이 할 것으로 보여 전략을 마련할 것"이라고 했다.

양자 토론을 '불공정 담합'이라고 비판해온 안 후보는 연금·노동 개혁과 초격차 기술 확보 등 캠페인 내용을 집중 부각해 차별화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안 후보 측 관계자는 "이재명·윤석열 후보 가 서로 간 네거티브 공방에 몰두하며 혐오 경쟁으로 가는 상황에서 '안철수는 유일하게 미래를 얘기하는 후보'라는 이미지를 각인할 것"이라고 했다.

심상정 후보는 "비주류 시민들의 목소리를 토론회에서 힘껏 외치겠다"며 "토론장에서 당당하게 약자와 소수자들의 1분을 지키겠다"고 했다. 기고자 : 김승재 기자 주희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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