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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공학교육인증원 김우승 원장

"대학 위기를 극복하려면 교육 내용·방법·환경을 혁신해야 합니다. 혁신 방법에 대해 수많은 제언이 쏟아져도 실제 수업에 적용이 안되면 소용이 없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적용'입니다."

급격한 학령 인구 감소 등으로 전 세계 대학들이 위기에 봉착하면서 대학 개혁의 필요성에 대한 의견들이 쏟아지고 있다. 이에 대해 김우승 한국공학교육인증원 원장(한양대 총장)은 본지 인터뷰에서 "지식 전달 위주 강의에서 벗어나 기업 등 사회와 소통하고 연계하는 수업이 이뤄져야 하며, 대학들은 교수들이 이런 방법을 실제 수업에 적용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정책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산학(産學)협력 개척에서 선구자로 꼽히는 김 원장은 지난 2019년 4월부터 공학교육인증원을 이끌고 있다. 그에게 대학 교육과 공학 교육의 미래에 대해 물었다.

-지난 2년간 코로나 사태로 대학 교육에도 큰 변화가 찾아왔다.

"코로나 초기에는 대학들도 엄청난 혼란을 겪은 후 적응해가고 있다. 1996년 온라인 석사 학위 과정을 처음 시작한 미국 일리노이대를 시작으로 온라인 학위 과정이 늘어나긴 했지만 활성화되진 않았다. 그런데 코로나로 인해 원격교육, 온·오프라인을 결합한 '블렌디드 러닝(blended learning)' 등 새로운 교육 방법이 광범위하게 도입되는 긍정적 효과도 있었다. 코로나가 끝난 후에도 대학들은 100% 온라인 강좌, 온라인·오프라인을 병행하는 하이브리드 강좌, 100% 대면 강좌 등 다양한 형태로 교육이 이뤄질 것이다. 코로나 전 대면 강의를 할 땐 강의실이라는 물리적 제약 때문에 인기 강좌를 듣고 싶어도 못 듣는 학생들이 많았다. 하지만 코로나 기간 동안 구축한 시스템으로 앞으론 온·오프라인에서 동시에 강의를 수강할 수 있어 많은 학생들이 원하는 강좌를 들을 수 있을 것이다."

-학생 수 감소로 많은 지역 대학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역 대학은 먼저 '지역 밀착형 대학'으로 대전환 하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그리고 지자체, 지역상공회의소, 중앙정부 모두 힘을 합쳐 대학 주변 기업체를 활성화할 전략을 세우고 학생들이 취업하고 싶어하는 우수 기업들을 유치하는 데 적극 나서야 한다. 이렇게 대학·기업·지역사회의 '3C'(Campus·Company·Community)가 생태계를 이뤄 잘 작동해야 지역 대학도 발전하고 지역 경제도 살아나 사람들이 살만한 곳으로 발전할 것이다."

-대학 전공 교육과 산업체에서 필요한 인재 역량이 다른 '미스매치' 문제가 오랫동안 지적됐는데 해결 방안이 뭐가 있을까.

"대학은 학생들이 기업이 필요로 하는 직무 능력을 키울 수 있게 교육 내용과 방법을 혁신할 필요가 있다. 급변하는 4차 산업 혁명 시대엔 다양한 문제를 찾고 해결하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 대학도 이를 길러주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한양대에선 IC-PBL(Industry-Coupled Problem/Project-Based Learning·산업 연계 문제 해결형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IC-PBL은 전공과 연결된 사회 문제를 동료 학생들과 팀을 이뤄 해결해 나가는 형태로, 다양한 기업·기관들이 참여한다. 이공계열 학과뿐 아니라 인문·사회·예체능계열 학과 수업에서도 이뤄지고 있다. 예를 들어, 사범대 응용미술과 학생들은 전공 수업에서 신한은행 지점 공간을 기획하고 MZ 세대 고객을 위한 애플리케이션 디자인을 만드는 과제를 수행했다. 또 정부와 경제단체에서 추진하는 '산업계 관점 대학평가' 제도를 대학들이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 2008년 시작된 산업계 관점 대학평가는 대학이 산업체 요구를 반영한 인재를 길러낼 수 있게 하기 위한 제도다. 다양한 산업 분야마다 필요로 하는 인재 역량이 뭔지 파악해 대학에서 교육 과정에 반영하고 실무형 인재를 양성하도록 지원하는 제도다. 지난해에는 환경, 에너지, 신소재, 소프트웨어, 반도체, 정유화학공학, 핀테크, 실감콘텐츠, 스마트헬스케어 등 분야에 대한 평가를 진행했다. LG전자, SK텔레콤, 롯데케미칼, KT, 카카오페이, NHN페이코 등 국내 주요 대기업과 중견·중소 기업이 참여했다."

-학생들 직무 역량을 키워주기 위한 방법은 뭐가 있을까.

"현장 실습을 강화해야 한다. 미국은 거의 모든 대학에서 현장 실습을 하고 있다. 2020년 MIT(매사추세츠 공대) 학부 졸업자에게 물었더니 87%가 '방학 중 인턴(현장실습)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영국 옥스퍼드 대학도 현장실습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특히 이공계뿐 아니라 인문사회계열 학생들도 활발히 참여한다. 위대한 과학자 알버트 아인슈타인은 '배운다는 것은 경험하는 것이다. 다른 것들은 그저 정보에 지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경험 학습의 중요성을 강조한 이 말은 지금처럼 지식과 정보를 손쉽게 얻을 수 있는 시대에 더욱 와 닿는다."

-'공학교육인증제'의 역할은.

"공학교육인증제는 학생들이 기업이 필요로 하는 전문적 역량을 기를 수 있도록 대학의 공학 교육에 기준을 제시하고 인증하는 제도다. 학생들은 인증 받은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체계적인 교육을 받고, 졸업 후 산업체에 취업할 때 우대 받는다. 현재 삼성그룹, 현대중공업 등 대기업들이 서류 전형에서 인증프로그램 이수자를 우대하고 있고, 일부 기업은 서류뿐 아니라 면접 전형에서도 가점을 부여한다. 인증프로그램을 이수한 학생은 국제 무대에서도 혜택을 보고 있다. 한국공학교육인증원은 공학 분야 졸업자들의 학력 상호 인정을 목표로 설립된 다자간 국제협의체인 '워싱턴 어코드'에 2007년 정회원으로 가입했다. 워싱턴어코드의 정회원국은 우리나라를 포함해 미국, 영국, 호주, 캐나다, 일본, 중국 등 총 21곳이다. 정회원국끼리는 국가 자격증이나 비자 발급 등에서 인증 프로그램 이수자는 외국 대학 학위라도 자국 학위와 똑같이 인정해준다. 실제 호주 한 기업에서 인턴으로 일하던 우리 나라 공대 졸업생이 공학교육인증 프로그램 이수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정규직 전환이 안된 사례도 있었다. 또 해외에서 발주한 사업 공고 제안서에 '공학교육인증 프로그램 이수자만 엔지니어로 참여할 수 있다'고 명시하는 경우도 있다. 이처럼 공학교육인증 프로그램을 이수하면 국내뿐 아니라 외국에서도 인정받을 수 있다."

-인증제도 향후 변화 방향은.

"가칭 '미래교육위원회'를 만들어 산업과 사회 변화를 예측하고, 그에 맞는 교육 과정을 개발해 대학에 제시할 예정이다. 예를 들어, 기후위기, 탄소중립 등 공학도가 알아야 할 현안 관련 교과목을 개발해 대학들이 활용할 수 있게 하자는 것이다."

■ 한국공학교육인증원은…

산업체가 요구하는 창의적이며 실무 능력을 갖춘 공학 인력 양성을 위해 1999년 설립한 교육부 등록 사단법인이다. 국제적 기준에 부합하는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학과를 인증한다. 지금까지 인증원이 인증한 프로그램 졸업생은 20만명에 달하고, 현재 80여개 대학 420개 프로그램이 인증을 유지하고 있다. '산업계 관점 대학평가'도 진행하고 있다. 기고자 : 김연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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