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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 사태 속 中·러 연대 부각

미국과 유럽연합(EU)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저지하기 위해 연대하는 가운데 중국이 러시아를 지원하고 나서는 움직임을 보이며 국제 정세가 또다시 출렁이고 있다. 중·러 양국은 연합 해상 훈련으로 세를 과시하는 한편, 베이징 동계 올림픽을 계기로 정상 간 대면 외교도 재개키로 했다. 유럽의 전쟁 위기가 높아진 미묘한 시기에 중·러가 밀착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이번 사태를 빌미로 반미(反美), 반서방전선을 공고히 하려 한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러시아 국방부는 25일(현지 시각) 홈페이지를 통해 "러시아와 중국이 아라비아해 서쪽 해역에서 연합 해상 훈련을 벌였다"고 밝혔다. 러시아에선 태평양 함대 소속 1만1000t급 미사일 순양함 '바랴크'와 6800t급 대형 구축함 '아드미랄 트리부츠' 등이, 중국에선 7500t급 미사일 구축함 '우루무치'와 지원함 '타이후' 등이 참가했다. 1983년 진수한 러시아의 바랴크함은 본래 이름이 '체르노바 우크라이나'였다. 우크라이나 일각에선 "우크라이나에 종주권(宗主權) 의식을 갖고 있는 러시아의 의도적 선택"이란 주장이 나온다.

중국도 같은 날 "양국 함선 5척이 24일 공해상의 해적에 대응하는 훈련을 실시했다"고 발표했다. 중국 국방부는 "이번 훈련으로 해상 위협에 공동 대응하고 해상 전략 통로의 안전을 지키는 양국 군의 능력과 수준이 향상됐다"며 "중·러 양국의 '포괄적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를 더욱 풍부하게 하는 계기가 됐다"고도 밝혔다. 훈련 내용만 간략히 밝히던 것에서 벗어나, 양국의 협력에 초점을 맞춘 이례적 평가가 따라붙었다. 러시아와 중국의 공동 해상 훈련은 지난해 12월 이란과 함께 실시한 '치루-2022' 연합 해상 훈련 이후 한 달 만이다.

중국은 연합 훈련 외에도 다양한 방면에서 러시아와 보조를 맞추기 시작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은 내달 4일 베이징 동계 올림픽 개막식에 직접 참가하고, 개막식 직후 정상회담도 갖기로 했다. 앞서 지난달 15일 화상 정상회담을 통해 "군사·안보와 첨단 산업, 에너지 등 다양한 분야에서 상호 교류를 강화하자"고도 했다. 중국은 러시아산 천연가스 수입을 확대해 재정적 지원도 하고 있다. 외교 전문지 포린폴리시 등은 "미·중 갈등 상황에서 벌어진 우크라이나 사태를 중국이 활용하려 할 것"이란 해석을 내놨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중·러 간 '깜짝 발표'도 예고되고 있다. 안드레이 데니소프 주중 러시아 대사는 "시진핑 국가 주석이 (정상회담에서) 푸틴 대통령을 위해 깜짝 선물을 준비한 것으로 안다"고도 말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양국의 에너지 협력이 긴밀해지고 있고, 우주 탐사에서도 협력 확대가 가능한 것과 관련이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중국은 우크라이나 사태에서 공개적으로 러시아를 두둔하고 있다.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6일 정례 브리핑에서 "나토는 냉전의 산물이고, 회원국 확대는 전형적인 집단 정치"라며 "세계 최대 군사 동맹으로서 나토는 철 지난 냉전시대 사고방식과 이념적 편견을 버리고 평화와 안정 유지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국은 어떤 종류의 파벌에도 단호히 반대하며, 다른 나라의 희생을 번영과 승리의 기회로 삼으려는 전략도 거부한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사태를 둘러싼 국제 정세는 점점 더 복잡해지고 있다. 러시아는 미국의 뒷마당인 중남미로 반미 전선을 확대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최근 미겔 디아스카넬 쿠바 대통령,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과 전화 회담을 통해 전략적 파트너십 구축과 국제 문제 공조 방안을 협의했다. 쿠바와 베네수엘라는 중남미의 대표적 반미 국가다. 유럽에서 시작된 진영 간 대립이 점점 폭을 넓히고 있는 셈이다.

러시아에 대한 미국의 경고는 이날도 계속됐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5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경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개인에 대해 직접 제재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여기에 "멀지 않은 시점에 미군 8500명 중 일부가 (동유럽으로) 이동할 것"이라는 말도 했다. "침공에 대비해 신속 배치를 준비하고 있다"는 어제 미 국방부 발표에서 한발 더 나갔다. 기고자 : 파리=정철환 특파원 베이징=박수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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