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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대학가가 재학생과 신입생으로 생기가 넘치는 요즘 강원도 양양군에 있는 관동대 양양캠퍼스는 썰렁하기만 하다.

1995년 공대를 중심으로 개교했지만 14년 만에 문을 닫았기 때문이다. 대학이 들어온다고 해서 주민들은 빚을 내 원룸을 지었지만 현재 텅텅 비어 있는 상태다. 이자 낼 돈조차 없어 피가 마른다고 한다. 한치 앞을 내다보지 못한 캠퍼스 유치가 폐쇄로 결말난 뒤 주민들은 폭발 직전이다.

◆텅 빈 건물, 황량한 캠퍼스

26일 찾은 관동대 양양캠퍼스. 100만㎡가 넘는 드넓은 캠퍼스에 학생이 없다. '쉬~익' 스치는 바람 소리만 들릴 뿐 적막함 그 자체다. 거의 모든 건물 문이 쇠사슬로 잠겨 있고, 창문 너머 보이는 실내에는 먼지 쌓인 집기들만 있다.
운동장에는 지난해 가을 이후 관리하지 않아 자란 잡초들이 누렇게 말랐고, 실험실 주변엔 콘크리트 부산물과 건설 자재용 나무들이 흩어져 있었다. 일부 건물 유리창은 깨어진 채 방치된 상태였다. 도서관에는 취업을 준비하는 주민 4명과 관리직원 1명만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이날은 인근 군부대가 대학 안에 텐트를 치고 트럭을 세워 놓는 등 훈련장으로 사용하고 있었다.

관동대는 1995년 3월 양양군 양양읍 임천리 산7번지 일원에 공과대학을 중심으로 양양캠퍼스를 개교했다. 올해가 개교 15년이어야 했다. 그러나 캠퍼스는 작년 9월 1일자로 사회복지학과 78명이 강릉 본교로 옮기는 걸 끝으로 문을 닫았다.

양양캠퍼스는 1995년 개교 당시 정원 3880명, 재학인원 3722명으로 출발했다. 그러나 학생 수는 매년 줄어 2000년 정원 3480명·재학 2486명, 2003년 정원 3390명·재학 2137명에서 2007년에는 정원 1792명·재학 1388명으로 급감했다. 2003년 494명이던 신입생이 2005년 178명으로 줄어들자 대학측은 더 이상 본교 수익으로 양양캠퍼스 적자를 보전할 수 없다며 캠퍼스 폐쇄를 결정했다. 2007학년도부터는 신입생도 뽑지 않았다.

1995년 개교 당시 예측은 장밋빛이었다. 3700여명의 학생 중 최소한 절반은 양양에 거주할 것으로 기대됐다. 학생들이 연간 180만원 정도만 써도 33억여원의 직접 소비 지출효과가 기대됐다. 학생들의 원룸 비용 등은 제외한 예측이었기에 기대는 더 컸다.

작년 2월 경북 경산의 아시아대학교가 교수 채용 비리사건으로 폐교된 적은 있지만 분교 개념의 캠퍼스가 문 닫은 사례는 관동대 양양캠퍼스가 처음이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캠퍼스를 늘리겠다는 요청은 있지만 철수한 경우는 없었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원룸·음식점 등 주민 피해 눈덩이

직격탄을 맞은 캠퍼스 인근 64동 710실의 원룸은 대부분 비어 있다. 양양군이 캠퍼스 폐쇄에 따른 주변 지역 원룸과 음식점 등의 피해를 추산한 결과 캠퍼스 침체가 시작된 1999년부터 2007년까지 누적 피해액은 203억원이었다.

주변 땅값도 10여년간 출렁거렸다. 캠퍼스 주변 원룸 부지는 개교 전 1㎡당 3만원 안팎이었으나 개교 5년 뒤인 2000년에는 18만원선까지 뛰었다. 그러나 이제 6만원선이고 거래마저 없다.

대학부지로 묶여 있어 다른 용도로 활용하지 못하는 공·사유지에 대한 대책도 없다. 캠퍼스 103만9540㎡ 부지 중 대학 소유는 56%인 58만5879㎡다. 나머지 45만3661㎡ 중 33만3496㎡는 군유지, 1만6970㎡는 국·공유지, 10만3195㎡는 사유지다. 대학이 커질 것으로 예상해 공유지와 사유지까지 포함해 부지를 설정했었지만 지금은 그 땅이 대학부지로 묶여 달리 쓸 수가 없다.

양양군과 관동대는 작년 9월 빈 캠퍼스 활용 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협의회를 구성하고 1차 회의를 가졌지만 이후 별다른 진척 상황이 없어 2차 회의는 5개월째 열리지 못하고 있다.

관동대는 "양양캠퍼스는 통일에 대비해 38선 이북에 처음 설립된 대학"이라며 ▲1990년대 후반 이후 정부의 대학 설립 무더기 인가 ▲학생들의 이공계 기피 ▲저출산 등을 캠퍼스 폐쇄 원인으로 분석했다.

이에 대해 주민들은 "1997년 양양 이북지역인 고성군에 개교한 경동대는 1998년 모집인원을 400명에서 1100명으로 늘리고도 매년 100%에 가까운 신입생 충원율을 보이고 있다"며 "대학측의 무능력 경영 탓에 우리만 죽게 생겼다"고 분개해하고 있다.
기고자 : 홍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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