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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국가연합(cis)의 운명은 러시아연방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련의 사건들에 달려 있다. 이를 달리 말하면 옐친 대통령의 태도가 앞으로의 사태진전에 매우 중요하다는 의미다. 나는 옐친대통령의 민주개혁에 대한 약속을 추호도 의심하지 않는다. 새로운 체제로 변화하는 도중에 있는 러시아 사회를 어떻게 개혁해 나갈 것인가하는 기본적인 문제들에 대해 우리의 의견은 다르지 않다. 그러나 우리는 문제 접근방식과 개혁추진 방법,특히 개혁의 속도와 일관성 그리고 실제적인 조치들에 관해 상이한 의견을 가지고 있다.

나는 다민족국가의 개혁이라는 기본적인 문제에서 옐친이 자신의 기존입장을 끝까지 지키지 않은 것을 매우 개탄한다. 작년 8월 보수파의 쿠데타 실패이후 옐친은 신연방조약안 작성과정에 직접적으로 참가,큰 영향력을 행사했었다. 그리고 그는 우리가 마련한 신연방조약안을 각 공화국 최고회의에 회부한다는 우리의 결정에 동의했다. 이런 점에서 나의 뒷머리를 친 술수와 책략-다시 말해 연방해체 조약의 체결-은 옐친 진영에서 저지른 엄청난 전략상의 잘못이었다.

당시 옐친은 소연방을 보존하기를 정말로 원했을까? 아니면 연방존속을 위해 필사의 노력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본의 아니게 좌절을 맛본 것인가? 나는 그에 대해 실망을 하고 싶지 않기 때문에 후자가 당시의 상황이었으리라고 믿고 싶다. cis 결성이 만약 연방해체를 위장하기 위한 연막이라면(실제 러시아 고위관리들 사이에 이러한 생각을 가진 사람이 많다) 연방해체 과정은 앞으로 더욱 가속화될 것이다. 그리고 이는 종국적으로 파멸적인 결과를 가져올지도 모른다.

그러나 진실로 cis가 구 소연방구성 공화국들간의 협력을 꾀하기 위한 기구라면 우리는 지금과 같이 마냥 시간을 낭비만 하고 있어서는 안된다. 실질적인 협력조직체의 결성이 매우 시급하다는 얘기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여지껏 이러한 조짐은 전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오히려 정반대의 일들이 계속 일어나고 있으며 지금의 상황으로 볼때 첫번째 시나리오대로 사태가 발전할 가능성이 아주 높아지고 있다. 이러한 파국의 위험은 내가 과거에도 여러차례 경고했다. 나는 예언자가 될 생각이 전혀 없으나 내가 경고했던 일들이 당초 생각했던 것보다 더 빨리 진척되고 있는 것같다.

경제는 파산상태에 빠지고 공화국들간의 연결조직들이 와해되고 있다. 또 군의 단결이 위험상태에 놓여 있으며 나고르노-카라바흐 사태 등과 같은 민족분규와 영토분규가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일부 지역에서는 실제로 이해 당사자들간의 대결이 전쟁으로까지 치닫고 있다. 국가의 정치를 책임지고 있는 사람들은 이같은 사태를 방관해서는 안된다.

그들은 공화국들간의 협력을 촉진할 실질 기관들을 건설함으로써 현위기 국면을 단호히 극복해 나가야 한다. 실제로 현재 대부분의 공화국들이 상호협력과 통합구조의 유지에 높은 의욕을 나타내고 있느니만큼 이러한 긍정적 경향을 즉각 행동으로 옮길 수 있는 모든 조치가 강구되어야 한다.

나는 러시아연방이나 옐친대통령이 이같은 자신들의 임무를 회피할 것이라고는 믿지 않는다. 이러한 임무는 제국주의적 야심하에서 추구돼서는 안되며 러시아가 과거역사에서 수행해 온 통합 조정자로서의 역할속에서 이뤄져야 한다. 많은 사람들은 나에게 옐친을 도우려면 서방측이 무엇을 해야 하느냐고 묻는다. 나는 과거에 여러번 이에 대한 나의 입장을 밝혔었다. 러시아 정부는 현재 시장경제로의 이행과정에서 저지른 여러가지 잘못 때문에 큰 비판을 받고 있다. 이같은 비판이 러시아의 개혁이 성공하기를 기원하는데서 나온 것이라면 이는 반드시 경청해야 한다. 그러나 개혁을 저지하려는 보수세력들은 정부에 강한 압력을 넣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보수세력들은 개혁저지를 위해 대통령과 정부,그리고 의회에 대한 반대시위를 부추기고 있다. 이처럼 어려운 시기에 옐친이 택해야 할 정도는 비록 정부의 과실을 비판하는 세력이라도 정부를 지지하는 사람들과는 협력을 해야한다는 것이다. 러시아의 국가위상 강화는 cis내에서 뿐만 아니라 앞으로 유럽 및 세계정치에서 러시아가 담당하게 될 역할을 크게 증대시켜줄 것이다. 이러한 중대한 국면에 처해 있는 러시아는 과거 어느때보다도 서방 파트너의 협력과 지지,원조를 필요로 하고 있다. 러시아에 대한 원조는 앞으로 빠른 시일내에 결정되어야 할 시급한 문제이여 서방측의 정책적 관심도 여기에 최우선적으로 두어져야 할 것이다. <라 스탐파=본사특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