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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심동향 한참몰라 14대 총선 결과는 90년대의 한국 정치 방향을 암시해주는 많은 증좌들이 보인다는 점에 큰 의미가 있다.

투표에 나타난 민심의 흐름은 국민들이 과격한 것은 아니라 해도 변화를 갈망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구촌 곳곳에서 일고 있는 변화의 물결에서 우리만 예외일 수 없다는 당연한 추세라고도 보여진다. 미국,소련,동구의 냉전 1차 대상국들의 변화는 물론,프랑스 스페인 등의 유럽과 핀란드 스웨덴의 북구 등 2차 대상국들도 국내 정치의 엄청난 변화를 겪고 있다. 핀란드,스웨덴에선 수십여년간씩 집권하던 사회민주당들이 보수당으로 바뀌고 30대(핀란드의 에스코 아호 총리 38세) 40대(스웨덴의 칼 빌트 총리 43세) 전후세대들이 새 집권자로 등장했다. 모두 21세기를 바라보는 새 시대의 정치 준비인 것이다.

이에 비해 우리정부와 민자당,그리고 민주당까지도 공천때 국민이 강조하던 물갈이 를 외면하고 기존체제의 지분,현역이라는 기득권에 안주하여 그 얼굴에 그 얼굴로 그치고 말았다. 정당이 못한 물갈이는 젊은 재야 및 운동권 출신의 신인 신계륜(37) 유인태(43) 이부영(49) 원혜영(40) 박계동(39) 장영달씨(44) 등의 등장과 남재희 오유방 정동성 박용만 이병희 유한열의원 등 다선 및 많은 현역들의 패배로 나타났다.

새시대를 향한 국민의 이같은 변화 욕구와 지각에도 불구,정부-여당권은 구태의연하게 미운사람의 출마억제와 자금 차단,기관원의 미행과 흑색선전 참여 등 어설픈 공작정치를 재현했다. 이러고도 표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했으면 민심을 몰라도 한참 모른일이다. 물론 관계기관에선 모두 부인하고 있지만,이런 방법을 30여년 보아온 국민들은 쩍하면 입맛이라는 격으로 이미 결론을 내리고 있다.

이런 판국에 여당은 개헌선의 절대의석을 가지고도 오늘의 경제 사회 등을 요 모양으로 만들었으면서 계속 안정 만을 강조했으니 진부한 모습만을 보여준 셈이다.

지역실리주의 성향

민심의 또하나 경향은 실리주의 성향이다. 중앙에서 아무리 큰 소리쳐도 지역과 관계없이 급조 낙하산 공천을 받은 인사는 지역구에서 구역민들과 피부를 맞대고 지내온 후보에게 뒤떨어졌다는 점이다. 김동길 이순재 이주일씨 등 딱닥한 후보보다는 재미있는 후보 를 택한 것은 산업사회의 추세라 하더라도 민주당 최고위원 김현규씨,민자당 중진 이치호씨 등의 탈락은 지역구 소홀 또는 생소함에 연유된 것으로 풀이된다. 이제 허명의 정치시대는 가고 있다.

총선을 통해 90년대 우리정치의 과제도 부각되었다. 이미 오래전부터 노출된 지역감정은 그렇다치더라도 종교와 재벌이 정치 바람속에 끼어드는 현상이 보였다. 종교의 자유는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선거운동기간에 있었듯이 "청와대에서 목탁소리가 너무 많이 들렸다" "대통령은 기독교인이 되어야 한다"는 식으로 종교가 정치와 연결되기 시작하면 지역감정 이상의 복잡한 문제를 일으킨다. 레바논의 분열 비극이나 종교로 인한 갈등의 심각성을 우리는 세계에서 많이 보고 있다.

재벌의 정치참여는 현대그룹을 바탕으로한 국민당 출현때 이미 논진되었기에 재론을 피하지만,현대그룹과 대우그룹의 싸움,현대비난을 계기로 한 전경련내의 분열을 간과할 수 없다. 재벌은 경쟁을 생명으로하고 있지만,현대를 중심으로한 재벌간의 경쟁아닌 증오와 규탄은 국민경제에서 상호보완 기능을 상실케 하는 것이다.

지역감정과 종교간의 마찰,재벌기업간의 갈등 등은 당사자들로 하여금 민주주의라는 대의 보다 자기 집단의 이익을 우선 추구하는 응집력을 강하게 나타낸다. 그래서 대중민주주의 대신 이질성이 강한 모자이크 민주주의를 만들어 내는데에 문제가 있다. 이제 총선을 끝났다. 여-야는 당개편이나 개각 여권개편 등을 통해 총선에서 나타난 국민의 변화욕구와 실리 추구를 허심탄회하게 수용하면서 모자이크화 하는 한국민주주의 병리치유에 나서야 할 것이다. 현재의 변화요구를 수용못하면 앞으로 있을 대권선거를 더 큰 변화를 가져올지도 모른다.

경제계 분열 우려

여-야는 무소속 영입에 전심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극소수 무소속 당선자를 제외하곤 여-야 중간지대에서 캐스팅보트 역할을 할 수 있는 값비싼 무소속 입장을 쉽게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노태우대통령 임기말이후의 정국전망,민자당의 대권구도,국민당의 궤도 설정 등이 윤곽을 잡은 뒤에야 무소속들의 진로가 결정될 것이다. 국민들은 지난 1년간 선거무드로 인해 평상심을 잃고 허공에 떠서 지냈다. 또 1년을 이렇게 지낸다면 우리의 내부 질서와 세계위치는 더욱 취약해 질 수 밖에 없다. 새시대에 맞게 총선 후유를 빨리 정리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