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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당의 선전이냐,민자당의 참패냐. 14대 총선에 대한 재계의 평가는 오히려 후자에 쏠리는 분위기이다. 동전의 앞뒤처럼 민자당과 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한 반감이 국민당 지지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25일 오전 s그룹의 사장단 회의에서도 자연히 화제는 총선결과에 모아졌다. 현대그룹과 국민당의 관계,앞으로 예상되는 재계판도의 변화,당초 예상을 훨씬 뛰어넘은 국민당의 지역구 확보는 정치권은 물론 재계에도 상당한 파문을 던지고 있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최고경영자들이 내린 결론은 국민당에 대한 지지를 현실로 받아들이고 정부가 기존의 경제정책을 재평가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한 참석자는 "14대총선을 계기로 정치논리에 의해 좌우되는 정부의 경제정책을 재검토해야 한다"며 "안일한 정책수립과 여론에 영합하는 경제운용에서 벗어나 국제경쟁에서 살아 남을 수 있도록 민간기업들의 경쟁력을 키우는 근본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번 총선 과정에서는 민간 기업의 효율성이 정부의 무사안일한 태도에 대비해 훨씬 돋보였다. 국민당은 여론의 향배에 기민하게 대응하며 경제문제를 선거 이슈로 부각시키는데 성공했다. 오히려 정부는 국민당의 바람을 잠재우기 위해 재계의 알력을 부추기는 부작용만을 초래했다. 한 재벌그룹에는 현대에 대한 공격 을 주문했다가 완곡히 거절하는 바람에 정치자금만 추가로 받고 주문을 철회했다는 이야기도 있다.

현대그룹과의 관계때문에 국민당을 색안경으로 보던 기업들 사이에 은근히 국민당을 지원하는 세력이 포진하게 된 배경도 이같은 정부의 태도에 대한 불만이 크게 작용했다고 들린다.

물론 국민당에 대해서도 재계는 불안을 감추지 않고 있다. 현대그룹과의 관계가 단절되지 않은 상태이고 정경유착에 대한 불안감 때문에 특히 라이벌 기업들은 앞으로의 사업추진에 장애를 받지 않을까 고민하고 있는 것이다.

새롭게 짜여진 정치판이 더이상 기업활동에 걸림돌이 되지 않고,다시 한번 기업인들의 신바람을 부추기는데 국민당이 한몫을 담당해 달라는 것이 재계의 바람이다. <박세훈 경제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