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종이신문보기

어느 일이나 보기에 따라 풀이가 달라진다. 이번 선거결과를 보고 모두가 민자당의 참패라고들 평한다. 그러나 달리보면 39%의 득표율을 얻고 1백49석이나 되는 의석이라도 얻게 된 것은 민자당으로서는 여간 다행스런 일이 아니다. 지난 4년동안 여당은 뭣 하나 시원하게 해낸 일이 없었다. 유권자들에게 흡족한 정책을 마련해낸적도 없었다. 그렇다고 밝은 앞날을 약속해 줄만한 신통한 구호 하나 내걸지도 못했다. 이렇게 바닥을 기어가는 인기를 업고서도 용케 제1당의 자리를 잃지 않았다. 제대로 본다면 참패한게 아니라 참패를 모면한 것이다. 여당으로서도 좀더 이길수는 있었다. 만약에 세 최고위원들이 눈앞의 욕심에 눈이 어두워지지만 않았다면 말이다. 그러나 서로가 치졸한 지분다툼으로 이길만한 후보를 제쳐놓고 자파의 시원찮은 후보들을 내세우기에 바빴다. 일이 꼬이려니까 망둥이들이 또 설쳤다. 기관원들이 흑색선전물을 돌리다 들키는가 하면 국민당 정 대표의 자격시비를 벌이며 유권자들의 반감을 사기도 했다. 그러나 여당의 치명적인 잘못은 바람을 잘못 잡은데 있다. 절세미인이라해도 매일같이 보고 나면 싫증도 난다. 가뜩이나 얼룩투성이면서도 혼자 잘난체만 해 왔으니 날이 갈수록 밉상으로 보일 수 밖에 없었다. 뭔가 새로워져야겠다는게 당연한 인심의 흐름이었다. 그런줄도 모르고 같은 얼굴,같은 표정으로 선거에 임했으니 여간 아둔한 여당이 아니었다. 그렇다고 또 유권자들은 예뻐서 민주당에 표를 던지고,좋아서 국민당 사람을 뽑아준 것도 아니다. 그저 선택의 여지가 없어서 그랬을 뿐이다. 이겼다고 여기는 쪽에서도 우쭐해 할일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