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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을 끝낼 수만 있다면… ＂뭐라도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해야죠＂

안녕하세요? 그간 한국에선 코로나 감염자 수 급증, 대통령 선거, 산불 등을 거치며 긴박한 나날이 이어진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별고 없으셨는지요? 최근 영국은 얼마 전 코로나 상황이 마치 '전쟁 같다고' 이야기하던 때가 그리울 만큼, '진짜' 일어나고 있는 전쟁으로 심각한 나날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지난 2월 24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4주 가까이 시간이 흐르는 동안 TV와 라디오에서는 가장 주요한 소식으로 이를 실시간으로 다루고, 시민 모두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새로운 소식에 귀를 기울이고 있지요

"유럽인들은 다른 어떤 나라 사람들보다도 전쟁에 반대합니다. 전쟁을 많이 겪었기 때문에 더 이상 전쟁을 믿지 않거든요." 베스트셀러 '대구(cod)'의 작가인 마크 쿨란스키(Mark Kurlansky)는 말합니다. 여전히 매년 11월이 되면 붉은 양귀비(poppy)를 달며 전쟁이 앗아간 것들에 대해 기리는 영국인들에게, 2022년 유럽에서 전쟁이 일어나는 이 상황은 남 얘기로 치부하기엔 끔찍한 기시감이 드는 악몽입니다. 세계대전을 두 번이나 치른 이 나라는 지금 현재 유럽에서 벌어지고 있는 전쟁이 결코 괜찮지가 않습니다. 러시아에, 우크라이나에 살고 있는 가족, 친지, 친구들에게 안녕하냐는 인사를 건네도 대답을 듣지 못하는 일이 일어나고 있기 때문입니다. 보리스 존슨 총리는 러시아를 규탄하며 "용감한 젊은 군인과 무고한 민간인이 줄어들고, 탱크가 도시를 가로지르며 울부짖고, 미사일은 하늘에서 무차별적으로 비처럼 내리고 있습니다. 우리가 그토록 다시 볼 필요가 없기를 바랐던 그 광경입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케임브리지 대학의 울리아나 바슈타노바 박사를 비롯한 러시아인들은 자신의 조국 러시아의 행동에 대해 '부끄럽다'고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영국에 거주하는 러시아인들은 거리로 나와 영국인들과 함께 시위를 벌이며 조국을 향해 전쟁을 즉각 중단하기를 촉구하고 있지요. 러시아 외교관들은 우크라이나, 폴란드 국경에서 난민들에게 음식 소포를 보내고 어린아이들을 지원하기 위해 돈을 기부합니다. 제 러시아인 친구 나디아(Nadia)는 최근 구호 물자를 분류하고 포장하는 봉사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너무 지쳐 보인다는 말에 그녀는 도무지 가만히 있을 수가 없다며 이야기합니다. "여기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해야지."

62%의 영국인이 우크라이나를 위한 기부를 했거나 할 예정이라고 밝힌 가운데 영국 적십자사, 옥스팜, 세이브더칠드런 등 영국 구호 기관 15곳을 한데 모은 영국재해비상위원회(DEC)에는 침공이 시작된 이후 시간당 100만파운드가 넘는 금액이 모이고 있다고 합니다. DEC는 이 금액을 구급약, 음식, 물, 위생 키트 같은 필수품을 제공하는 데 사용하고 있습니다. 현재 영국 곳곳에서는 의류, 비상용품, 생활필수품, 아이들을 위한 장난감 등을 기부받고 있습니다. 공연장은 우크라이나 국기 색인 노란색과 하늘색으로 조명을 밝힌 채 특별 공연을 열고(Royale Opera House), 테스코, 웨이트로즈 같은 대형 수퍼마켓 업체는 러시아 식품에 대한 보이콧을 진행하며 재난 지원금을 조성해 전달하고 있지요.

저희 이웃의 한 학부모는 전쟁이 발발하고 곧장 우크라이나 난민을 지원하기 위한 개인 모금을 시작해 목표 금액인 3만파운드를 일주일 만에 넘겼습니다. 그 금액으로 주민들과 힘을 합쳐 구급차를 구입해 육로로 구호 물자를 전달하고 있습니다. 그녀가 특별히 우크라이나와 관련이 있느냐면 그렇지도 않습니다. 우크라이나에 가 본 적도 없는 사람들로 이루어진 단체 채팅방에서는 계속해서 업데이트되는 믿을 만한 기부처의 링크가 공유되고, 러시아에 추가 제재를 가하도록 지역구 의원에게 메일을 쓰기도 합니다. 제각각 자신의 위치에서 할 수 있는 일로 힘을 보태고 있는 겁니다.

아인슈타인은 이렇게 말했지요. "세상은 위험한 곳이다. 악마 같은 사람들 때문이 아니라 그런 일을 보고도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사람들 때문에!" 그렇다면 반대로 이렇게 무언가라도 하려는 사람들이 있다면 어떤가요. 세상은 조금 덜 위험해질 수 있다고 믿어도 되는 걸까요. 죄 없는 사람들이 고통받는 이 참상에서 우리가 언젠가 벗어날 것이라고 꿈꿔도 될까요.

비틀스 멤버 존 레넌의 아내이자 예술가인 오노 요코는 영국의 런던 피커딜리 서커스를 시작으로 미국 뉴욕, 로스앤젤레스, 독일 베를린, 이탈리아 밀라노, 한국의 서울 등 전 세계 주요 도시 전광판을 통해 'Imagine Peace'(평화를 꿈꾸자) 프로젝트를 선보였습니다. 하얀 배경에 검은 글씨로 쓴 'Imagine Peace' 문구가 보입니다. 어두운 도심에서 눈부신 빛을 내는 이 작품에 소리는 따로 없지만 많은 관람자는 아마도 존 레넌의 '이매진(Imagine)이 흘러나오는 듯한 착각에 빠질지도 모릅니다.

"모두가 평화롭게 사는 것을 상상해봐요. 나를 어쩌면 몽상가라고 할 지 모르죠. 하지만 나 혼자만이 아닌걸요. 언젠가 당신도 우리와 함께하길 바라요. 그리고 하나 되어 살 세상을." 기고자 : 김민지 유튜브 '만두랑' 진행자·전 SBS 아나운서
장르 : 고정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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