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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있는 동네 청운효자동 이전소식 접한 주민들 반응은?

"청와대 이전하는데 우리가 요란 피울 필요 있나요. 있어도 원래 있던 거고, 이전한다면 주민에겐 좋은 일인데." (장민수 서촌주거공간연구회 대표)

청와대 옆 동네 서울 종로구 청운효자동이 최근 큰 변화를 겪고 있다. 윤석열 당선인이 대통령 집무실을 용산으로 이전한다는 계획을 발표하면서다. 하지만 74년 동안 함께했던 청와대가 이전한다는 소식에도 이 동네엔 플래카드 하나 걸리지 않았다. 찬반 의견이 대립하는 집무실 예정지 용산구와는 대비되는 모습이다. 효자동, 통인동 등 법정동 9개를 포함하는 인구 1만2000명의 동네. 이곳 주민들의 진짜 속내는 어떨까. 지난 22일 청운효자동 주민과 상인들을 만났다.

청와대 사랑채에서 도보로 10분 거리의 누상동. 50년째 이곳에서 옷 수선 가게를 해 온 권모(75)씨는 "청와대 주변 동네라 없는 것이 두 가지가 있다. 학생들 패싸움과 좀도둑. 치안이 워낙 좋으니 걱정 없이 살았는데, 대통령 집무실이 이전된다니 아쉽다"고 말했다. 인근 주민이 누리는 자부심을 더 이상 느낄 수 없어 속상해하는 주민도 있다. 서촌 인근 아파트에 거주하는 김모(40)씨는 "청와대가 주는 상징성이 있지 않나. 대통령이 사는 마을이라는 자부심, 한마디로 '청와대 프리미엄'을 느끼며 살았는데 섭섭하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이 동네 매출의 상당 부분을 차지했던 청와대 직원들이 떠나면 주변 상권이 흔들릴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5년간 청와대에 빵을 납품해 온 '김용현 베이커리' 김용현(63) 사장은 "청와대 직원들이 생일 케이크나 간식용 빵을 많이 사갔고, 행사 때도 납품을 도맡아 왔다. 한 달 매출의 5% 이상이 청와대 몫이었다"며 "앞으로 청와대가 개방되고 관광객이 늘어나기를 기대할 뿐"이라고 했다.

반면 기대감을 가진 주민들도 있었다. 서촌에서 10년째 거주 중인 남모(34)씨는 "청와대 인근 집회가 있는 날이면 주민등록증을 보여주고 실제 거주민임을 밝혀야 폴리스 라인 안으로 들어올 수 있었다. 앞으로 이런 불편이 해소될 거라 생각하니 속 시원하다"고 말했다. 효자동에서 태어나고 자란 정모(66)씨는 "청와대 이전 소식 듣고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앞으로는 집회 시위 걱정 없겠구나'였다"며 "지금껏 여당이나 야당이나 당선되면 청와대에서 나오겠다고 말하지 않았나. 주민들은 변화를 바라는데, 발목 잡는 목소리들 때문에 요즘 뉴스를 보기 싫다"고 했다.

당장의 피해가 있더라도 변화를 환영한다는 상인도 있다. 청와대 인근에서 '박광일 스시카페'를 운영하는 박광일(55) 사장은 "청와대와 경호처 직원들이 도시락을 사간다. 매출에 타격은 있겠지만 변할 건 변해야 한다"며 "동네가 발전하려면 새로운 사람 유입이 활발해야 하는데, 그동안 이곳은 침체되고 웅덩이처럼 고여만 있었다"고 말했다.

부동산 개발 기대감도 컸다. 통인동에서 20년간 미용실을 운영해온 김경희(62)씨는 "아무리 서울 집값이 천정부지로 올랐다지만 그마저 피해간 동네가 바로 여기다. 청와대 이전을 계기로 활기가 돌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통인시장 인근에서 부동산을 운영하는 한 공인중개사는 "지난 주말 청와대 이전 소식이 발표되자마자 이곳 개발 계획을 문의하는 전화가 쏟아졌다. 빌라를 갭 투자하거나 전세를 낀 매물이 있냐고 묻는 사람도 많았다"며 "하지만 이곳은 문화재가 수시로 발견돼서 추진하던 재개발도 취소되는 곳이다. 과도한 개발을 막기 위해 만들어진 지구 단위 계획이 쉽게 풀리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 이전에 관해 주민들이 적극적으로 의사 표시를 하지 않는 이유는 뭘까. 장민수 대표는 이곳 주민 구성이 한몫했을 것이라고 했다. "서촌은 이곳에서 나고 자란 토박이, 외지에서 온 정착민, 크게 두 부류로 나뉘어요. 토박이는 전통을 고수하려 하고, 외지인은 적정한 선에서 개발을 해야 한다고 말하죠. 청와대 이전이 마을 개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확실치도 않은데, 서로를 의식해 과하게 찬반 의견 내는 건 자제하는 분위기인 듯합니다." 기고자 : 신지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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