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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러리 로댐 클린턴, 루이즈 페니 지음 | 열린책들 | 568쪽 | 1만7800원

힐러리 로댐 클린턴이 다시 국무장관으로 돌아왔다. 다만 현실이 아닌 소설 속에서다.

소설 속 갓 취임한 여성 국무장관 '엘런 애덤스'는 제67대 미국 국무장관이었던 힐러리의 분신이다. 첫 등장부터 서울에서 중요한 무역 협상을 마친 뒤 대통령 행사에 지각하지 않기 위해 마호가니 로(국무장관 집무실) 복도를 달린다. 2010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에 참여했던 힐러리의 경험을 연상시킨다. 2008년 민주당 경선에서 혈전을 주고받았던 버락 오바마 정부와의 미묘한 관계도 담겼다. 한때 언론사 회장이었던 애덤스가 대립각을 세우던 이를 대통령이자 보스로 모시게 된 모습으로다. 이 밖에도 도널드 트럼프, 블라디미르 푸틴, 이란의 아야톨라 루홀라 호메이니 등과 닮은 등장인물들을 마주칠 때면 이게 소설인지 힐러리의 자서전인지 혼란스러워진다.

이런 혼란을 잠재우는 건 힐러리와 공동 집필한 캐나다 추리 작가 루이즈 페니의 몫이다. 추리 소설 '아르망 가마슈 경감 시리즈'로도 잘 알려진 작가는 미국 안팎의 테러 위협과 백악관 내부의 적을 쫓는 국무장관의 추적기를 마치 잘 연출된 드라마처럼 속도감 있게 그려냈다.

소설 속 테러와 갈등을 완화하는 키워드는 여자들 사이의 우정과 유대를 뜻하는 '워맨스(워먼+로맨스)'에서 찾았다. 실제 절친한 사이인 힐러리와 루이즈는 국무장관의 든든한 조력가이자 소꿉친구인 '벳시', 그리고 주인공인 '엘런'의 이름을 자신들의 친구 이름에서 따왔다. 속고 속이는 음모가 판치고 극단주의로 점철된 소설 속 백악관에서 믿을 수 있는 건 오직 둘 사이의 오랜 유대뿐이다. 이 믿음의 배경을 설명한 집필 후기에서 힐러리는 묵직한 한마디를 남겼다. "이 소설이 소설로만 남게 하는 것은 우리에게 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