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朴정부서 임명된 한전 발전社 사장
본지에 ＂당시 산업부 국장이
호텔로 불러 사퇴 강요했다＂
동부지검, 이제야 수사 착수

서울동부지검은 25일 3년 넘게 묵혀놓은 '산업부 블랙리스트 의혹' 수사에 착수하면서 산업통상자원부를 압수 수색했다.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이 2019년 1월 백운규 전 산업부 장관과 이인호 전 차관 등을 직권남용 혐의로 고발한 지 3년 2개월 만이다. 이후 박성택 현 무역안보정책관, 이호현 전 에너지혁신정책관도 추가 고발했다.

이 의혹은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인 2017년 9월 산업부 국장급 간부가 박근혜 정부에서 임명된 한국남동발전 등 한국전력 산하 발전사 4곳의 사장을 서울 광화문의 한 호텔로 불러 사표 제출을 강요해 사퇴하게 만들었다는 것이 골자다. 실제 이들은 임기가 남았는데도 그 직후 사퇴했다. 당시 발전사 사장을 지낸 A씨는 이날 본지 통화에서 "산업부 국장에게 호텔에서 사표 강요를 받은 사실이 있고, 검찰에서도 그렇게 진술했다"고 말했다.

이날 동부지검 기업·노동범죄전담부(부장 최형원)는 그와 관련된 자료를 확보하려 산업부 인사·원전 관련 부서들을 압수 수색했다. 이 사건은 2019년 1월 고발 접수 당시 동부지검 형사6부에 배당됐다. 당시 동부지검장은 한찬식 검사장, 형사6부장은 주진우 부장검사였다. 이들은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 수사에 집중하느라 '산업부 블랙리스트 의혹' 수사를 뒤로 미뤘다. 내용 면에서 두 사건의 구조는 거의 비슷하다.

그런데 동부지검이 2019년 4월 '환경부 사건'으로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과 신미숙 청와대 비서관을 기소하자 한 검사장과 주 부장검사는 좌천성 인사를 당했고 두 사람은 사표를 제출했다.

이어 조남관(현 법무연수원장) 검사장이 동부지검장으로 부임한 이후 형사6부는 2019년 9월부터 '환경부 사건'처럼 정권에 부담이 되는 '청와대의 유재수 감찰 무마 의혹'을 수사해 조국 전 장관 등을 기소했다. 그때 이미 '산업부 블랙리스트 의혹'을 무혐의 처리하려는 기류가 동부지검 내에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동부지검장은 고기영(퇴직)·김관정(현 수원고검장) 검사장처럼 친정권 성향 간부들이 연이어 맡았다. 심우정 현 동부지검장은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과 박범계 현 장관 밑에서 법무부 기조실장으로 근무했다.

이날 동부지검의 산업부 압수 수색을 놓고 김의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문재인 대통령을 겨냥한 것"이라며 "'윤석열 사단'이 오랫동안 준비해온 작품"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검찰 내부에서는 "아전인수"라는 반응이 나왔다. 한 부장검사는 "동부지검은 재작년에 추미애 전 장관 아들의 휴가 미복귀 사건 관련자 전원을 무혐의 처리하고, 작년에 윤석열 당선인의 측근인 한동훈 검사장이 추 전 장관을 명예훼손 등으로 고발하려 했을 때 고발장 접수를 거부했던 곳"이라며 "'윤석열 사단'과는 거리가 먼 곳"이라고 했다.

한 법조인은 "당선인 측과의 교감 아래 이번 산업부 수사가 시작됐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며 "대검은 대검대로, 일선 검찰청은 검찰청대로 '차기 정부 코드 맞추기'로 각자도생하는 양상"이라고 했다. 대검은 지난 24일 대통령직인수위 업무 보고에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때 만든 '형사사건 공개 금지' 규정을 변경하고, 추미애 전 장관 때 없어진 서울남부지검 증권범죄합수단을 부활시키자는 내용도 담았다고 한다.

한편, 동부지검 관계자는 "지난 1월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의 대법원 최종 판결을 보고 수사에 착수한 것일 뿐"이라고 밝혔다. 대법원은 이 사건으로 기소된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에겐 징역 2년, 신미숙 전 비서관에겐 징역 1년에 집행유예 3년을 확정했다. 기고자 : 김정환 기자 이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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