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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가 주목하고 있는
구글·넷플릭스와 전쟁

이달부터 정부가 구글 앱스토어에서 수수료 30%를 떼는 특정 결제 방식을 강요하지 못하도록 하는 법 시행에 들어가자, 구글이 최근 기존 수수료 30% 결제 외에 수수료 26% 결제 방식을 새롭게 추가했다. 결제 방식을 추가하되 수수료는 소폭 인하하는 식으로 법을 우회한 것이다.

작년 한국이 세계 최초로 통과시킨 '인앱(In-app) 결제 강제 금지법'(개정 전기통신사업법)이 최근 본격 시행되면서, 또다시 뜨거운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법을 면밀히 분석한 구글이 이를 우회할 수 있는 결제 방법을 내놓고 전 세계로 이를 확대하겠다고 지난 23일(현지 시각) 발표했기 때문이다.

또 SK브로드밴드와 넷플릭스 간 '망 이용료를 누가 내느냐'는 세계 유일의 법정 다툼도 현재 서울고법에서 진행 중이다. 한국이 빅테크 플랫폼 기업의 과도한 수수료 챙기기와 통신망 무임 승차 등 전 세계적으로 논란을 빚고 있는 핵심 쟁점의 시험대가 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디지털 경제 문제, 테스트베드 된 한국

최근 논란이 된 인앱 결제는 스마트폰 게임이나 음악, 웹툰 등 앱에서 유료로 각종 아이템을 구매할 때 구글·애플이 제공하는 결제 시스템만을 쓰도록 강제하고 최대 30% 수수료를 떼는 방식을 뜻한다. 소위 '앱 통행세'라고도 불린다. "이런 앱 수수료가 너무 과하다"는 앱 개발사들의 항의에, 지난해 한국은 세계 최초로 이 같은 '특정 결제 방식'을 강요하지 못하도록 하는 법을 만들었다.

문제는 법 조항이 포괄적이었다는 점이다. 수수료가 대폭 인하될 것으로 기대했던 콘텐츠 업계와 한국 정부는, 구글이 법의 허점을 찾아내 기존 '30% 수수료'에 추가로 '26% 수수료'라는 대안을 내놓고 "이제 특정 결제 강요가 아니다"라고 하자 허를 찔린 분위기다. 방통위 전혜선 통신시장조사과장은 "구글이 법 취지뿐 아니라 법 시행령도 위반한 것으로 보고 있고, 조만간 이를 정식 통보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구글은 새 제도 도입에 앞서 방통위와 상당한 논의를 거쳤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과징금 부과 등 후속 제재가 이어질 경우, 구글과 법정 다툼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빅테크 규제 문제는 전문가들마다 의견이 분분하다. 인앱 결제 문제도, 일각에선 '구글의 꼼수'라 지적하지만 구글 등 플랫폼 업계에선 "정부가 사기업의 수수료율을 강제 조정하는 것 자체가 과하다"는 입장이다. 비슷한 플랫폼 비즈니스를 하며 수수료를 떼는 네이버·카카오 역시 이 같은 논리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망 이용료 문제를 두고도, 통신 업계에선 "넷플릭스가 과도한 트래픽을 유발해 통신망에 큰 부담을 주는 만큼 넷플릭스의 비용 부담이 당연하다"는 입장이다. 반면 넷플릭스 측은 "망 사업자는 소비자 이용료로 망을 유지해야지, 서비스 주체가 돈을 낼 의무는 없다"고 반박한다. 1심에선 통신 업체가 승소했지만, 넷플릭스가 항소해 공은 다시 법원으로 넘어갔다.

◇빅테크 규제, 법적 다툼 비화

전문가들은 한국이 5G(5세대 이동통신) 등 첨단 인프라를 갖춘 데다, 신기술을 받아들이는 데 적극적인 헤비 유저(heavy user)가 많아 이 같은 논란이 집중되는 경향이 있다고 분석한다. 이 때문에 비슷한 문제를 고민하는 다른 국가들도 한국의 결정에 큰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빅테크 규제'가 법적 다툼으로 비화하는 것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IT 법률 전문가인 구태언 법무법인 린 변호사는 "미국의 거대 플랫폼 기업에 맞서 법률 전쟁을 벌이는 곳은 현재 EU(유럽연합)와 한국인데, 모두 구글이나 넷플릭스 같은 거대 플랫폼 기업을 키우지 못하다 보니 정부까지 나서서 싸우게 되는 것"이라며 "새 정부가 규제를 완화해 거대 플랫폼 기업에 맞서 싸울 다윗을 키우는 노력도 병행해야 한다"고 했다.

[그래픽] 한국이 세계 첫 시험장 된 디지털경제 이슈들 기고자 : 박순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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